제주 중산간에 추진되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초대형 관광단지 '애월포레스트'가 제주 사회 최대 개발 논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넘어 중산간 보전 원칙, 상수도 공급, 지하수 관리, 도시계획 체계, 행정의 공정성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 승인 여부가 차기 도정의 몫으로 넘어가면서 정치적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
◆중산간 125만㎡에 들어서는 초대형 관광단지=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는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7-5번지 일원 125만1479㎡ 부지에 조성된다. 사업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시행사인 애월포레스트피에프브이(PFV)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62%, 한화투자증권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한화그룹 주도의 사업으로 평가된다.
사업은 2036년까지 3단계로 추진된다. 완공 시 호텔 200실과 콘도미니엄 860실 등 1090실 규모의 숙박시설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테마파크, 워케이션 라운지, 에듀·아트빌리지, 승마체험장, 골프아카데미, UAM 이착륙장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자는 전체 부지의 37%를 녹지공간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사업 부지는 해발 300~430m 중산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제주에서 중산간은 단순한 개발 가능 부지가 아니라 지하수 함양과 생태계 보전, 경관 유지의 핵심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애월포레스트는 사업 초기부터 난개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산간 2구역 지정 ... 애월포레스트는 제한 대상 제외=논란은 최근 제주도가 공개한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해발 300m 이상 지역을 중산간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기로 했다.
평화로·산록도로·남조로에서 한라산 방면인 기존 중산간 지역은 1구역으로 지정해 강력한 개발 제한을 유지한다.반면 1구역을 제외한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은 중산간 2구역으로 지정해 일부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2구역에서는 주거형 개발과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휴양형 사업은 제한되지만, 골프장이 없는 관광휴양형 대규모 숙박시설은 허용된다.
애월포레스트 사업지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새 기준상 중산간 2구역에 해당한다. 더욱이 사업 계획에는 골프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건축물 높이 제한인 12m만 충족할 경우 제도상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이번 기준안이 사실상 애월포레스트 같은 대규모 관광개발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40 제주도시기본계획은 해발 300m 이상을 보존 핵심지역으로 관리하려 했지만, 이번 기준안은 상당 부분을 완충지역으로 후퇴시켰다"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개발 허용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제주도는 환경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민 제주도 15분도시추진단장은 "모든 지역을 개발 금지할 수는 없다"며 "핵심 지역인 1구역은 강하게 제한하고, 2구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지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쟁점은 '물'=최근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드러난 물 사용 계획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업자가 제시한 하루 물 사용량은 5147톤이다. 이 가운데 상수도 공급량은 2626톤, 중수도 재활용량은 2520톤이다. 이는 하루 사용량 기준으로 웬만한 읍·면 단위 생활용수 사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사업 예정지는 현재 상수도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다. 이 일대는 어승생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데, 어승생정수장은 이미 제주시 동부권까지 물을 공급하고 있어 추가 공급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자는 광역상수도 관로를 자부담으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공급할 물 자체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주도는 조천읍 교래정수장과 어음정수장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대규모 관광단지를 위해 공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욱이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하루 상수도 사용량은 어승생정수장의 하루 취수량 1만5000톤의 약 20% 수준에 달한다. 도민 생활용수와 관광개발 간 물 배분 문제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수도 100% 재활용 계획 ... 실현 가능성은?=사업자는 하루 2520톤의 오수를 모두 정화해 중수도로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지난해 마련한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 수립기준'에 따라 중산간 개발사업은 중수도 활용이 사실상 의무화됐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대규모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100% 재활용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흔치 않다며 실효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설 운영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물 수요가 발생할 경우 추가 상수도 공급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계획 체계와 충돌하는 개발사업=애월포레스트는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사업 부지는 중산간 F2 지역에 속하며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이 포함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보전 중심의 관리가 필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대신 도시지역 외 지구단위계획 기준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의 길을 열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제주도가 마련한 '도시지역 외 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변경 동의안'은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사업의 제도적 근거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2040 제주도시기본계획과 정합성이 우선 검증돼야 한다"며 "개별 사업을 위해 도시계획 체계를 변경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끊이지 않는 특혜 의혹=사업은 인허가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도의회 회의 과정에서는 사업자 측이 심의 과정에서 "도지사의 니즈"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제주도가 사업 승인 전부터 상수도 공급 계획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농지전용허가를 받고도 장기간 사업에 착수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된 사례와 초지 보전 의견 누락 의혹도 제기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사계절 조사가 아닌 4~5개월 만에 조사가 마무리됐고,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사이 오수 처리량이 3000톤에서 7900톤 수준으로 크게 달라져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도정 교체기, 누가 책임질 것인가=정치적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애월포레스트는 오영훈 도정에서 절차가 시작됐지만 실제 승인 여부는 위성곤 도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임 도정이 인허가 절차를 열고 차기 도정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논란이 큰 사업의 정치적 부담을 후임 도정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중산간 개발 기준 개정 논란과 사업 추진 시기가 맞물리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주 중산간의 미래를 결정할 시험대=애월포레스트는 단순한 민간 투자사업이 아니다.
숙박시설 1000실이 넘는 대규모 관광단지가 제주 중산간에 들어설 경우 경관과 지하수, 교통, 생활환경, 기존 관광시장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찬성 측은 침체된 관광산업에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한 번 훼손된 중산간은 복원이 불가능하며 개발의 편익보다 환경 비용이 훨씬 크다고 우려한다.
결국 애월포레스트는 제주가 앞으로 어떤 방식의 발전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상징적인 사업이 되고 있다.
도민 사회의 충분한 논의와 검증 없이 서둘러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