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한 지금, 오늘 하루는 다섯 날을 쉼 없이 산 당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여유로운 주말, 시 한 편의 여유를 선사합니다. 당신의 주말을 위하여. 매주말 허유미 시인이 전하는 '잠시의 여유'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눈물 한 방울
허유미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라서
파도는 눈물 한 방울의
흔들거리는 몸짓이어서
눈물 한 방울이 섬을 꼭 안고 있어서
우리는 해 질 녘이면
눈물 젖은 몸으로
가족의 이마를 만져 주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별은 눈물의 깊이를 알고 있어서
바다에서 사뭇 반짝이고
눈물에 가라앉은 숨비소리는
찬 바람을 모으고 있어서
바다가 바람보다 커서
눈물의 온기로 섬이 잠들어서
발아래 훌쩍훌쩍 물결치는 밤이어도
우리는 등대처럼 서로의 어두운 얼굴을
거대한 눈물 한 방울로 감싸고 있네
새벽에 나가 바다에서 하루를 다 쓰고 집에 돌아온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온기가 있다. 그 온기가 온 집안을 안고 섬을 안으면 우리는 어느새 해 질 녘이 된다.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린다. 철썩철썩이던 파도가 훌쩍훌쩍 들릴 때 엄마는 가족의 이마를 한 번씩 쓸어주고 있었다. 고단한 노래를 대신 부르듯. 물에 깊이 든 날은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한 이부자리서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잠들 때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 된다. 하루를 다 쓰고도 다 흘리지 못한 숨 같은 것들이 모여 파도에 흔들리고, 별빛으로 깊이를 드러낸다. 훌쩍이듯 들리던 물결은 눈물의 몸짓이 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어두운 얼굴을 더듬듯 안고 있다.
등대처럼 한 번씩 어둠을 비추듯. 크게 밝히지 않아도 꺼지지 않는 방식으로 그 거대한 눈물 한 방울 안에서 서로를 감싸고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게 서로를 버티게 하는 시간들이 바다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 곳곳에 있다. 늦은 밤 귀가한 가족이 컴컴한 방문을 열고, 조용히 이불 끝을 한 번 고쳐 주고 가는 손길 같은 것들. 새벽까지 켜 둔 현관등,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하나처럼 남아 있는 것들
☞허유미는?=제주 바닷가 마을 모슬포에서 태어났다. 수평선, 물너울, 등대, 섬은 나의 첫 친구들이었다. 말문이 트였을 때 엄마라는 말보다 바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는 파란 요람, 파란 집, 파란 놀이터였다.
청소년 시절 유난히 말수가 적어 엄마 아빠가 걱정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듣고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풍경이나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 시절부터 시집을 읽는 시간이 많았다. 책꽂이에 시집이 많아지면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2016년 제주작가 신인상, 2019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한국작가회의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