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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84) 거지와 중국문화(2)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중국 대륙의 연해 도시에 외국인 거지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역사 기록은 이렇다.

 

“상해에는 거지가 많다. 여러 성에서 온 거지다. 빈곤한 집안 자식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상해에 왔으나 생계를 이루지 못하여 거지로 전락하였다.

 

외국인 거지도 있다. 모두 상해로 모여들었다. 능력이 박약한 자나 행동거지가 단정치 못한 자가 결국 그런 지경에 빠진 것이다. 서양인에게 구걸할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저택을 가진 중국인에게도 다가가 구걸한다.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였다.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습성이 된 나는 파란 눈동자에 금색 머리를 한 거지를 보기만 하면 아무런 인색함 없이 은화를 던져주었다. 보통 거지에게 한 푼 주는 것이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산로(寶山路)에 성모 예배소가 세운 여학교가 있다. 작은 키에 둥글고 납작한 얼굴, 높은 코, 파란 눈의 여학생이 있다. 서양 옷을 입어도 밉지가 않다. 아침저녁으로 책을 끼고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부모는 보흥로 거리에 있는 집에 산다.

 

여학생의 얼굴과 무척 닮은 거지 부친은 영국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 오래 살았다. 함풍, 동치시기에 미국인 워드(Frederick Townsend Ward, 1831~1862)의 부하였다. ……공부하려고 했으나 정신병을 얻어 할 일이 없어지자 거지로 전락하였다.”1)

 

중국 대륙에 외국인 거지가 있다는 보도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만약 외국인 거지가 도시 거리에 나타난다면 중국인은 어떻게 대할 것이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중국민족 전통 심리 및 중국 사회의 현실 이익에서 출발해 노동력 수출이나 경제 무역과 같이 그렇게 서로 거지를 교류하기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출국 러시’의 충격 아래에서 ‘현재 거지 러시’가 국경지역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재의 거지 러시’는 경시해서는 안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사회의 문제다. ‘상승세’를 타고 퇴조하지 않는 기세를 유지한다면 즉각 상응하는 긴급하고도 종합적이 치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의 거지가 또다시 국경을 넘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당대의 거지의 욕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조차도 밖에서 황금을 주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라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던가?

 

폐관 쇄국한 지 오래되면 거지라 할지라도 일반인처럼 그렇게 밖에서 떠돌며 안목을 넓혀서,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제멋대로 쾌락을 쫓는 욕망이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서양 사조와 서양 상품이 대륙 사회생활에 맹렬하게 다가오는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현실은 가혹하다. 문제가 생기면 시급히 해결해야만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의적절하며 강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거지와 중국문화전통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비정상적인 변태문화 과정을 근본적으로 탐색하고 치유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시대적 풍조는 뿌리부터 치료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국 거지를 고찰하고 연구하는 과정 중의 몇 가지 단상을 가지고 몇몇 다른 시각으로, 겉핥기 관점이지만 ‘거지와 중국 문자(문학) 문제’를 생각해 보자.

 

거지의 구두문학(口頭文學)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직업에 따라 각각 특징 있는 속문학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지도 자신만의 구두문학이 있다. 그런 특별한 언어예술을 통하여 거지의 사상, 심리상태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거지들이 그들 내부에서 교류할 때 사용하고 있는 은어를 언어의 사회적 변형이나 도구로만 본다면 어딘지 부족하다. 은어 코드의 문자 의미구성은 특수한 구두 언어예술이라 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변태문화를 구성하는 부호의 결합체이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줄거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이야기 쪽지(판지)를 거지 은어로는 ‘제요패(提搖牌)’라 했다. 사실상 그 쪽지가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선행하도록 이끌어 동냥하는 간판이나 다름없다. 황자(幌子), 즉 간판이다.

 

거지가 길가는 사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판지를 내미는 것을 ‘투첩자(投帖子)’라 하고 판지에 쓴 자신의 이야기를 입으로 말하는 것을 ‘배신주(背神咒)’라 한다. 쓴 것이든 쓴 것을 말하든 모두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유발시켜 동정하도록 만든 관례대로 행하는 주문과 다름없다. 길가는 사람들은 그 주문의 마력에 정복되어 동정하고 보시한다.

 

그러한 수단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 마력은 지금까지도 약해지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과 거지들이 양심을 저버리고 두꺼운 낯가죽으로 그저 재물만 탐하는 심리상태가 예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똑같기 때문이다.

 

염치 불구하고 돈만 밝히기에 던져준 돈을 담는 종이주머니 같은 돈 통을 은어로는 ‘금두(金頭)’라 부른다. 그 물건이 신화 중에 ‘취보분(聚寶盆, 화수분)’이나 ‘마두(魔頭)’처럼 그렇게 재원이 끊이지 않고 돈이 계속 굴러들어오기를 바랐다.

 

외부인은 알지 못하게 하고 내부인에게는 길한 용어로 은어 코드를 썼다. 한 마디 말에 표면상의 의미와 숨어있는 의미의 두 가지 관련된 뜻이 있는 실로 오묘한 언어다. 깊이 퇴고해 보면 언어 속의 비밀스런 일과 그 심리상태를 세상에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다.

 

주진(周秦) 이래로 중국은 민요를 수집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집정자에게 ‘풍속을 분별하고 바로잡는’ 데에 활용하도록 했다. 중국 거지역사가 이천여 년이나 되었지만 거지들의 문학을 직접 채록한 사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의 대표적인 민요 수집 작품인 『시경』, 『방언(方言)』, 악부시가도 그런 내용은 없다. 지방지의 풍속지 중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청대 말기 황준헌(黃遵憲)이 『인경려시초(人鏡廬詩草)』 제1권 『산가(山歌)』 중 「걸아가(乞兒歌)」가 수록돼 있다.

 

“또 거지의 노래가 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판을 두드린다. 흥녕(興寧, 산동성 동부에 위치) 사람이 유달리 남보다 뛰어나다. 노랫말을 기록한다. ‘하루는 12시간 뿐, 한 시간에 그저 두세 집, 한 집에서 돈 1문뿐, 하늘이어 하늘이어 정말 가련하여라!’ 비장하고 처량하다. 내가 청부(靑蚨) 100문을 써서 가져오니 기쁘고 위안이 되어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걸아가」는 황준헌이 돈을 주고 사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청패류초(淸稗類鈔)·걸개류(乞丐類)·상해우외국걸아(上海又外國乞兒)』(中華書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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