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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역대 도지사들마다 자치 공약 ... 이번 도지사 후보들의 입장은?

 

'러닝 메이트' 소리도 안나온다. 한물 간 소리일지언정 그나마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거론도 없다. 하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6.3선거 후 출범하는 제주도정의 특별자치 20년을 맞을 도정이기에 더 딱하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또다시 ‘도민주권’과 ‘주민자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도민이 주인인 제주”, “주민이 결정하는 행정”을 약속하고 있지만 제주 정치권 안에서는 “이번에도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냉소도 적지 않다.

 

실제 제주에서 주민자치 강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주 행정 구조는 여전히 ‘제왕적 도지사 체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자치 기능은 약화됐고, 중앙정부 권한 상당수가 제주도청으로 집중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모두 제주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의회도 없다. 인사·조직·재정권은 아예 없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시장도 직접 못 뽑는데 무슨 주민자치냐”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다. 핵심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자는 것이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기초자치단체를 완전히 부활시키는 모델은 아니다. 행정시는 유지하되 시장만 주민 직선으로 뽑는 ‘중간형 모델’에 가깝다.

 

문제는 실제 권한 구조다.

 

현재 행정시는 법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제주도청 산하 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직선제를 도입하더라도 독립 예산권과 조례권, 시의회, 인사권 등이 그대로 없다면 “직선 시장인데 실질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논란이 남게 된다.

 

제주 정치권 안에서 “직선 시장이 도지사 산하 부지사 수준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시장 직선제 논의는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우근민 전 지사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약속했고, 2014년 원희룡 전 지사 역시 ‘협치 제주’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행정시장 직선제 공론화를 강조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다시 부상했지만 결국 주민투표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 오영훈 지사 역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도민이 주인인 제주’를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숙의형 정책과 도민 참여 확대를 약속했다. 민선 8기 들어서는 도민참여단과 정책 숙의형 공론화, 현장 토론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꼭 행정시장 직선제가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주민 직선을 강화할 방법은 사실 현행 제주특별법 안에 이미 존재한다. 도지사 후보가 ‘러닝 메이트’ 형식으로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미리 지명해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도지사 후보와 두 행정시장을 하나의 후보군으로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특별법 제12조(행정시장의 예고 등) 제1항은 “도지사 후보자는 제11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임명할 행정시장을 행정시별로 각각 1명을 예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도지사 후보가 제주시장·서귀포시장을 ‘러닝 메이트’처럼 사전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하지만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후 선거에 임하는 어느 도지사 후보도 러닝 메이트 시장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역으로 이용, 오히려 여러 명의 시장 후보군을 두고 선거판에 임하는 게 훨씬 선거전략상 낫기 때문이다. '러닝 메이트로 공개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법을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하나마나한 규정이 돼 버렸다.

 

그래서 제주에선 여전히 '특별자치에 함몰된 풀뿌리 민주주의 실종'이란 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그 탓에 제주의 자치 논쟁은 대형 갈등 현안 때마다 반복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다시 주민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지난달 18일 결선 경선 승리 직후 “도민의 목소리가 도정 중심이 되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도민경청본부’ 운영과 읍면동 현장 소통 확대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 역시 지난달 29일 원도심 정책 발표에서 “행정이 결정하고 주민이 따라가는 방식은 끝나야 한다”며 주민 참여형 생활권 정책 구조를 강조했다.

 

결국 제주 주민자치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주민 의견을 얼마나 듣느냐가 아니라 실제 권한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게 '자치의 본질'은 아니다.

 

20년 가까이 반복된 '도민이 주인인 제주'라는 구호가 이번에는 실제 권한 이양과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관점에서 도지사 후보들은 '러닝 메이트'를 내놓고 검증을 받던지, 아니면 '기초자치 부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의 행정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고 선거운동에 들어가야 한다. 유권자들은 그 답을 듣고 싶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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