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 1년 새 1000단위 앞자리 숫자를 다섯 차례 바꾸며 6일 7000선을 넘어섰다. 지수 6000을 돌파한 지 47거래일 만이다. 중동전쟁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파고도 뚫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5.2%로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6일까지 최근 1년 기준으로는 188.5% 상승했다. 거의 3배가 됐다. 세계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기록이다. 코스피 상승 주역은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 증시에 AI 랠리 혜택이 집중됐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거들었다.
증시 수급 구조도 달라졌다. 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억552만개로 지난해 말보다 693만개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가 급증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주가가 오르자 ETF로 자금이 유입되고, 그러자 다시 코스피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 4월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5월 4일과 6일 이틀 연속 3조원을 웃도는 순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며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기업 두번째로 트릴리언(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7일 외국인은 7조원 넘는 ‘팔자’로 전환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반도체 투톱 비중이 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 덕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가 초호황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흐름이 깨지면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6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696조원(삼성전자 1555조원ㆍSK하이닉스 1141조원)이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6058조원)의 44.5%, 코스닥과 코넥스까지 합친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6733조원)의 40%에 이른다.
지난해 코스피 저점(4월 9일 2293.70) 대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402%, 870% 급등했다. 두 종목이 속한 전기ㆍ전자 업종지수도 435.4% 수직 상승하며 코스피 수익률(216.36%)을 크게 웃돌았다. 증권(380 .4%), 기계ㆍ장비(319.75%), 제조(266.01%), 건설(226.21%) 등 4개 업종지수도 평균보다 높은 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시장 수익률을 밑돈다.
그 결과, 코스피지수가 3배로 상승했는데도 유가증권시장 937개 종목 중 194개(20.7%)의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시장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97개(10.4%)로 열 중 하나 꼴이었다. 증권업계는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를 4100선으로 추정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7%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0.8%로 내려간다.
게다가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가 불안하다. 4월 소비자물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는데도 1년 전보다 2.6% 올랐다. 그동안 국제유가 급등을 완충했던 세계 각국의 비축유와 원유 재고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동전쟁 휴전에 관계없이 5월 이후 물가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 일각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라며 통화긴축 신호를 제기했다. 나라밖에선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빚에 의존한 주식·부동산 투자의 기회비용과 시장 거품이 꺼질 위험성도 커진다.
지금 꿈으로 여겨지던 7000 고지를 밟았다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빚투(빚내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4일 기준 35조8389억원이다. 지난해 말 이후 5개월 새 약 8조5000억원 불어났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져 하락폭을 키운다.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일정 기간 후 다시 사서 갚는 공매도 베팅 규모도 커졌다. 4월말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약 20조원으로 3월말 대비 한달 새 5조원 넘게 늘었다. 주가가 오르는 만큼 하락 기대도 커졌음이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KOSPI 200 변동성지수(VKOSPI)도 6일 60.07로 전 거래일보다 4.2포인트 급등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 증시 변동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투자자 심리를 반영한다. 50을 넘어서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해석된다. 자기 책임 아래 투자하고 리스크 관리도 할 때다.
코스피 7000 시대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반도체산업이 경제와 증시 버팀목이 돼줄 때 제2, 제3의 반도체로 삼을 신성장동력을 일궈내야 한다. 아울러 자산가격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2024년 말 폐지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 자본소득 과세를 정상화하는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본사제휴 the scoop=야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