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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300여명 목숨 구해 ... 에이치필름, '부당하므로 불이행' 제작 착수

한국현대사 최대의 참상인 제주4.3사건 당시 다수 인명의 살상을 막은 문형순 경찰서장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한국판 쉰들러'로 불리는 경찰영웅의 이야기다.

 

영화제작사 에이치필름은 경찰영웅 문형순 서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을 제작한다고 6일 밝혔다.

 

문 서장은 평안남도 안주 남평 문씨 출생이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양성했던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해 1920년대 만주로 넘어가 의용군과 고려혁명군 군사교관 등으로 활동했다. 1947년 5월 경찰에 경위로 입문했다.

 

문 서장은 1947년 7월 경감 계급 경찰로 제주도에 부임했다. 문 경감이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했던 1948년 12월, 군경이 대정읍 하모리에서 좌익총책을 검거해 관련자 100여명의 명단을 압수했다. 

 

토벌대는 주민들에게 "과거에 조금이라도 무장대에 협조한 사실이 있으면 자수해 편히 살라"고 말하며 이미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거나, 자수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자수자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토벌대는 이들을 가차없이 학살했다.

 

모슬포에서도 주민 100여명이 자수했고 서북청년단(서청)이 조서를 날조해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모슬포경찰서에 있던 문 전 서장이 나서 주민을 구했다. 경찰에 주민을 강요하거나 때리지 말 것을 지시했고, 서청 대원이 조서를 받을 때 날조할 것을 염려해 마을 서기가 조서를 쓰도록 조치해 주민들을 무사히 돌려보냈다. 

 

1950년 8월 30일에는 해병대 정보참모 김두찬 중령이 제주경찰국 성산포경찰서장 앞으로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명령의뢰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제주도에 계엄령 실시후 예비구속중인 D급 및 C급 중에서 현재까지 총살 미집행자에 대해서는 귀경찰서에서 총살집행 후 그 결과를 9월 6일까지 육군본부 정보국 제주지구 CIC(방첩대) 대장에게 보고하도록 의뢰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정부는 당시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예비검속'(혐의자를 미리 잡아놓는 것)했다. 4·3 토벌작전이 이어지던 제주에서는 과거 한 번이라도 군·경에 끌려갔다 온 적이 있거나 무장대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대거 구금돼 대부분 집단 희생됐다.

 

그러나 성산포 지역만은 예외였다. 김 중령이 성산포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공문이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초대 성산포 경찰서장이었던 문형순은 전시 상황에서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명령서 상단에 '부당(不當)함으로 불이행(不履行)'이라는 글을 써 돌려보내 상부의 명령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200여 명의 주민 목숨을 구했다.

 

당시 제주도내 다른 읍면에서 수백명씩 희생자가 나왔던 상황에서 문 서장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성산포경찰서 관할지역의 희생자는 모두 6명에 불과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마을 주민 수백명이 총살되거나 다른 지역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인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컸다.
 

뿐만 아니라 문 서장은 제주4·3 이전에도 일제강점기 광복군 등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펼치며 청춘을 독립운동에 바치기도 했다.

 

문 서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경찰청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같은 해 11월 문 서장을 추모하는 흉상이 제주지방경찰청사에 세워졌고, 2019년 10월 아시아태평양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수여하는 평화상 수상자로 문 서장이 선정됐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할 위기에 처해진 유대인을 구한 쉰들러에 비교되며 ‘한국의 쉰들러’라고 불린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각본을 쓴 고훈 감독은 “일반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문형순 서장의 무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언젠가 이 분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분의 유해가 호국원에 안장 되던 날, 당시 살아 남았던 생존자의 인터뷰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날부터 곧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영화는 한 경찰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극을 막은 경찰의 시선으로 제주 4.3을 새롭게 보려는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의 서사를 넘어 4.3 콘텐츠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제작과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고혁진 대표는 “영화 <지슬> 이후 4.3을 영화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선에서 바라본 4.3은 이 영화가 처음”이라면서 “이런 시도는 제주 4.3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에 있어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부당하므로 불이행 했던 한 경찰관의 행동이 비단 80여년 전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훈 감독은 제주 출신으로 영화 <어멍>, <그날의 딸들>에서 해녀와 4.3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고, 고혁진 대표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등 4.3 뿐만 아니라 제주적 소재로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제주 출신의 영화인들이 합작하는 4.3 영화로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영화는 2028년 제주 4.3 80주년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4.3 80주년을 맞아, 국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의미뿐만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했다.

 

<부당하므로 불이행>(가제)은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시나리오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제주 다양성영화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제작비를 지원받게 된다. 

 

제작사는 “지원금액만으로 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올해 제작이 완성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면서 “시민분들이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다면 영화가 완성되고 극장에 걸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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