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2% 밑으로 하락한 데 이어 2년 만에 1.5%대까지 내려간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1분기 성장률이 깜짝 반등했지만,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은 개선되지 않은 채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2012년(3.63%) 이후 15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내년 4분기에는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ㆍ자본ㆍ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한 나라 경제의 구조적 성장 능력을 보여준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면서 성장률의 천장과도 같다.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산출하는 한국은행의 진단도 OECD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은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2021 ~2023년 2.1%, 2024~2026년 2.0%, 2025~ 2029년 1.8%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구조가 성숙해지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7∼2007년 OECD 회원국 평균의 갑절(5%)에서 지난해 OECD 회원국 평균(1.9%)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4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미국에도 뒤졌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갈수록 약해지며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지는데,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7%로 한은 전망치(0.9%)를 크게 웃돌았다. 이를 근거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 등 경제예측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제조업이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례적인 구조에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꺾일 경우 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 와중에도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수출이 증가하고 증시도 활황이다. 하지만 반도체 쏠림이 너무 크다. 시가총액 6000조원 시대가 열렸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런 판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사측과 대립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이 “한국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산업이지만,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숙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도체 편중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는 궁극적으로 재정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산업 쏠림이 심화하면서 그 산업 이외 다른 부문은 취약해지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 발생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 천연가스 수출 붐 이후 제조업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핀란드 경제의 성장 둔화를 촉발한 ‘노키아 쇼크’도 그런 사례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4월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2, 제3의 반도체와 같은 초혁신산업을 육성하고 성과 중심의 재정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적었다.
반도체가 초호황인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적극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2030년대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하고, 2040년대 초반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며 규제ㆍ금융ㆍ공공ㆍ연금ㆍ교육ㆍ노동 등 6대 분야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정부도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개혁 속도는 더디다. 저출생ㆍ고령화 여파로 노동 공급이 줄고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하는데, 생산성을 끌어올릴 공공ㆍ교육ㆍ노동 분야 개혁은 이익집단의 반발 등에 부닥쳐 진전이 없다. 관세장벽을 높이 쌓는 미국과 경제패권을 노리는 중국 사이에 끼여 제조업 경쟁력이 쇠락하는데 혁신기업 육성은 낡고 불합리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몇몇 대기업과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한 ‘외끌이 성장’ 엔진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방산 등 차세대 주력 산업과 의료, 금융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해 다양한 성장엔진을 동시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살아나고, 온기가 두루 퍼지며 K자형 양극화가 해소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데는 대통령부터 경제팀, 한은 총재까지 이견이 없다. 관건은 실행이다. 말이 아닌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로 성과를 내야 한다. [본사제휴 the scoop=야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