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자신감이 붙을 만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더스쿠프|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5/art_17500337370677_268f39.jpg)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고, 기업의 자본 조달을 원활히 하는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불공정 거래를 막고 투자 매력을 높여 미국·중국 등지로 나간 투자자들이 ‘국장(국내 증시)’으로 되돌아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코스피 3000’을 공약으로 외쳤지만 둘 다 2000 초반에서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거래소를 찾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빠졌다.
이재명 정부는 일단 출발이 좋다. 취임 첫날 2770.84이었던 코스피지수가 7거래일 만인 12일 2920.03까지 올랐다.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대비되는 ‘일하는 대통령’ 기대감과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 효과가 동반 작용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으로 취임 첫날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대통령은 TF 회의를 두차례 직접 주재했다. 속도감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하고, 2000원 라면값을 언급하며 물가를 챙겼다.
미국·일본·중국을 제외하고 처음 통화한 나라는 25조원대 원전수출 계약이 걸린 체코 정상이었다. 취임 9일 만인 13일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 만나 의견을 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두달 만에 재계 총수들과 회동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58.2%였다. 대선 득표율(49.4%) 및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20조원+알파 규모 2차 추경 편성과 재정을 풀어 내수를 살리겠다는 이재노믹스 핵심 정책도 증시에 호재였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38조원을 순매도하며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지난 5월 1조원, 6월 들어 4조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입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투자 메리트가 커졌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조치도 나왔다. 이 대통령 지시로 국방부가 11일 오후 2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밤 9시 무렵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에서 대남방송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재개한 지 1년 만의 대북방송 금지 조치다. 향후 남북간 긴장 완화 및 상호 신뢰 회복,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주가가 계속 오르니 자신감이 붙을 만하다. 하지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보듯 경제 펀더멘털의 호전 없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기에 들썩이는 서울 아파트값도 걱정스럽다. 집값이 다시 뛰고 불안해지면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증시의 허니문 랠리는 물론 여야 정치권의 허니문 기간도 언제 깨질지 모른다. 대통령실의 주요 보직과 부처 장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적재적소 인사가 중요하다. 당장 친구에게 부동산을 맡겼다가 소송을 걸어 돌려받았다는 민정수석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과 사법제도 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립도 잠복해 있다.
![이재명 대통령 출범 후 주식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더스쿠프|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5/art_17500337363173_2d57aa.jpg)
한국 증시는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지 못했다.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중상장 문제 등이 투자자 이탈을 초래했다. 배당 촉진과 세제 인센티브는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코스피 5000은 역대 고점(3300선) 대비 70% 가까이 올라야 하는 다른 차원의 고지다. 정부의 증시 부양과 투자 유인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주가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기업 실적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다. 정치 리스크를 덜어주고,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축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증시도 훈풍을 탄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