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2022년 일방적으로 관리시설이라며 설치한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구조물 사진을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달 24일 공개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5897835329_b577e6.jpg)
중국이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양식시설과 관리용 구조물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면서 정부가 '비례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 해역의 전략적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8년과 2024년에 걸쳐 심해 연어 양식장을 표방한 선란 1호, 2호를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관리 시설까지 들여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양측 협의가 원칙인 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해양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며 "장기적으로 우리 해양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 측에 해당 시설 3기를 수역 밖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추가 설치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장 조사 제안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련 대응책으로 제주 인근 해역에 '해양과학기지' 또는 '이동형 과학 설비'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경제성과 전략적 득실을 함께 따져 해양과학기지, 양식시설, 또는 다른 형태의 부유식 구조물 설치 등을 종합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설치지역은 제주와 인접한 이어도 해역이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재 제주도 남쪽 약 149㎞에 위치한 이어도에는 해양, 기상, 환경 관측이 가능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돼 있다. 이번 사안과 연계해 기능 보강 또는 추가 설비 구축이 검토되고 있다.
또 정부는 2018년 중국의 대형 부이에 대응해 설치했던 부유식 해양 관측 부이나 소형 해양 플랜트형 구조물의 확대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관련 예산은 지난 1차 추경안에는 최종 반영되지 못했다. 국회 농해수위 예비심사 과정에서는 대응 예산으로 605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보류된 상태다. 정부는 추가 추경 또는 정기예산 편성을 통해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한편, 제주 지역 해양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양 권익 문제가 아닌 제주 남방 해역의 전략적 가치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제주가 위치한 해역은 한중 간 해양 경계 분쟁, 해양환경 보존, 연안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국가 전략이 교차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구조물이 환경오염 또는 EEZ 설정 기점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