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 변호사의 ‘윤버지론’, 여기서도 저기서도 어버이 수령!

  • 등록 2025.05.02 14: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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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다운폴 (7)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 계몽변호사와 윤버지
이들에게 대통령이란 ... 모셔야 할 수령님인가

전황이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 히틀러의 최후 아지트가 된 베를린의 지하벙커까지 따라 간 인물들은 오직 히틀러의 광신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이전에 히틀러가 생각하는 조국 독일과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조국이 다르고, 또 달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유능한 장교, 장군들은 이미 모두 처형되거나 숙청된 이후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히틀러 교도’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지하벙커 속 히틀러와 나치 수뇌들의 회의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나치 독일 부수상(총리)이자 공군 사령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은 작전회의에서 그 육중한 몸을 의자에 구겨 넣은 채 말 한마디 없다. 눈알만 굴린다.

히틀러의 ‘비서실장’인 마르틴 보어만(Martin Bormann) 대장도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히틀러의 헛소리를 경청한다. 나치 독일 ‘행안부 장관’이자 친위대 최고 사령관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는 히틀러에게 일단 베를린을 탈출하고 보자는 대책 없는 소리만 한다. 물론 갈 곳은 없다. 

나치 독일의 ‘합참의장’인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은 그나마 한마디한다. 마지막 남은 9사단 병력을 후퇴시켜 그 병력이나마 보존하자는 그나마 합리적인 전략을 제안했다가 히틀러의 초강력 ‘샤우팅’을 연발로 얻어맞고 거의 실신 상태가 돼버린다. 괴링이나 보어만 대장 등이 모두 왜 슬기로운 실어증 환자들이 돼버렸는지 알 만하다. 

나치 국민선전계몽장관인 괴벨스가 히틀러를 대신해서 회의의 결론을 내려준다. ‘더 노오~력’하면 정신력으로 소련군을 분쇄할 수 있다는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같은 선동질을 한다.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냈다’는 ‘6·25 노래(박두진 작사·김동진 작곡)’ 같은 소리를 하면서 결국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의 독일판인 ‘국민돌격대(Volkssturm)’를 ‘맨주먹 붉은 피’로 소련군 탱크부대를 향해 돌격시킨다. 그렇게 히틀러의 마지막 쓸데없는 총애까지 독점한다.

나치당 ‘1호 당원’이 주재하는 나치 최고회의의 이 장면은 거짓말 같지만 여비서 트라우들 융에(Traudl Junge) 등 몇몇 생존자들이 증언하는 사실이었다. 회의참석자 모두 내로라하는 ‘나치 당원’들이었지만 ‘1호 당원’ 앞에서는 발언권조차 없는 서류상, 명목상의 당원일 뿐이다. 히틀러가 1호 당원이자 유일한 당원이다. 그야말로 ‘one and only’다. 집권당 1호 당원이 원맨쇼를 펼치는 비극적 종말을 독일 ‘제3제국’의 나치당이 보여준다.

문득 지난해 12월 3일 밤 집권당 1호 당원이 주재하는 비상계엄 회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듯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혹시 누군가는 괴링이나 힘러처럼 실어증 환자 코스프레를 하고, 누군가는 카이텔 장군처럼 ‘뜬금없는 소리’ 하다가 1호 당원의 샤우팅에 혼비백산한 가운데 누군가 1호 당원의 속내를 헤아리고 괴벨스처럼 ‘가즈아’를 외쳐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모양이다. 
 

 

1호 당원만 존재하는 나치당의 비극적 종말의 결정판은 괴벨스의 아내 마그다 괴벨스(Magda Goebbels)가 보여준다. 영어, 불어, 이탈리어에 능통했던 마그다는 히틀러가 평생 독신이었던 관계로 사실상 나치 독일의 ‘퍼스트레이디’ 역을 수행했던 여인이며, 히틀러의 ‘순수 아리안 혈통 다산(多産) 정책’의 최선봉에 서서 몸소 조국을 위해 1932년부터 1940년까지 8년 동안 1남5녀를 낳았던 ‘다산의 여왕’이다. 

6명 자녀의 이름도 히틀러의 이니셜 ‘H’를 따라 모두 Helga, Hilde, Helmut, Holde, Heda, Heide 등 H 돌림으로 지었을 만큼 히틀러 광신도였다. 부모와 함께 ‘총통 방공호’ 입소 특혜를 누린 유일한 미성년자들이었던 아이들은 벙커 속에서 히틀러를 ‘삼촌’이라 부르면 따른다. 

마그다는 히틀러가 자살하자 곧바로 그 6명의 자기 자식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잠든 아이들 입에 독약 앰플을 하나씩 물린 뒤 턱을 눌러 터트려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그 장면에서 마그다의 대사가 진정한 광신도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총통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살게 할 수는 없다.” 마그다의 이 대사는 ‘혁명의 뇌수(腦髓)이자 노동계급의 대표자인 수령이 없으면 전체 인민들의 육체적·정신적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북한 주체사상의 제1강령과 너무 일치해서 놀랍다. 

북한 주체사상의 정립이 1970년대 후반이라니 아마도 황장엽이 1950년대 모스크바 유학 시절 파시즘을 접하고 파시즘을 기반으로 이것저것 섞어서 ‘김일성 주체사상’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북한 연구자인 브라이언 마이어스(Brian Meyers) 교수는 주체사상을 파시즘에 유교적 ‘충효관’을 접목한 변종쯤으로 규정한다. 그렇게 백두혈통 ‘어버이 수령님’이 탄생한 모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던 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아버지’를 부르며 통곡하던 어떤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당혹스러웠는데, 비상계엄으로 ‘계몽’됐다던 ‘계몽 변호사’가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에 ‘윤버지와 함께’라는 제목을 붙여 올린 사진을 보니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이 난장판이 된 검사와의 대화에서 했다던 “이쯤 되면, 이젠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야말로 그들에게 윤버지는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어버이 수령님’인 모양이다. 이들이야말로 ‘주사파’다.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로 파면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모습도 ‘막 가는’ 듯하다. 이제까지는 그나마 무늬만이라도 민주정당 행세를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그래도 우리의 1호 당원을 출당시키는 패륜을 저지를 수는 없다”고 한다. 여기서도 다같이 어버이 수령을 외치는 모양이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북한에서나 김정은을 ‘1호 동지’라 칭하고 그가 참석하는 행사를 ‘1호 행사’라고 부르는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민주공화국 집권당에서 대통령을 1호 당원이라 칭하고 1호 당원은 헌법 따위는 초월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여기가 ‘주체 북한’인지 대한민국인지 헷갈린다.

이 민망한 소동을 통해 국민들이 한가지는 계몽됐을지도 모르겠다. 주사파와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그들이야말로 어쩌면 진성(眞性) 주사파와 반국가세력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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