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학살 주범'이라는 평가를 받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설치된 감옥 조형물에 대한 철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조형물을 설치한 4‧3단체 등이 자진철거 의사가 없어 행정대집행 갈등이 우려된다.
26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보훈청은 최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오는 27일까지 해당 추도비에 대한 원상복구(조형물 자진철거)를 명했다.
보훈청은 "이 조형물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 부지에 설치된 불법 시설물이라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면서 "조형물을 자진 철거하지 않는다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진경 추도비는 1952년 당시 도내 기관장 등이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에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제주시 충혼묘지로 옮겨졌다가 최근 국립제주호국원이 개원하면서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4·3 관련 단체와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10일 이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설치했다.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자역사한내 제주위원회, 제주다크투어, 제주통일청년회, 4·3연구소, 제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여민회, 무명천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서귀포시민연대, 제주문화예술공동체,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민주노총 제주본부, 4·3기념사업위원회 등이 함께했다.
단체들은 박진경이 “왜왕에게 충성을 맹서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다 미군정의 지시로 제주4·3 학살을 집행했던 자”라며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밝혔다.
또 “역사의 죄인을 추모하는 것은 그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조형물 설치를 통해 “박진경을 단죄하고 불의로 굴절된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도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을 감행했으며,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결국 부임 한 달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