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이젠 100명 시대 ... 무한경쟁 간다

  • 등록 2017.10.26 17:57:36
크게보기

1호 양홍기 변호사 이후 71년만 ... "법률서비스 향상" vs "소송전 부채질"

 

제주가 변호사 100명 시대를 맞았다. 인구 7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변호사 1인당 7000명을 맡는 ‘무한 법률서비스 경쟁’ 시대로 진입했다.

 

26일 제주지방변호사회와 도내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새로이 변호사 4명이 변호사회(회장 김선우) 가입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새로이 가입한 변호사는 모두 로스쿨 출신이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기존 96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로스쿨 출신은 46명으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여성 변호사도 약진, 전체 100명 중 13명에 이른다.

 

제주의 변호사 역사는 9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1호’ 변호사는 고(故) 양홍기(1894~1974) 변호사다. 1916년 경성전수학교를 마친 뒤 일제하인 1921년 판·검사 특별임용시험에 합격, 그 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판사로 법조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1924년 제주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그후 그는 해방이후인 1945년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근무하다 1946년 다시 변호사로 돌아갔으나, 1948년 다시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다. 1952년 제주대 교수로 임용된 뒤 퇴임 후인 1962년 다시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그의 ‘1호 변호사’ 재직기록만을 놓고 보면 해방 이후 71년만에 이제 제주에서 100명의 변호사를 만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양홍기 변호사는 62년 제주지방변호사회를 창립, 69년까지 초대 회장직을 맡았다. 그 시절 회원은 양 회장과 임병수, 김태준, 김무근, 김영호 등 5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1970·80년대는 제주도내 변호사가 10~20명 선이었다. 그후 2007년엔 30명으로 늘었고,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며 변호사가 다수 배출되면서 제주도내 변호사 숫자도 크게 늘었다. 2014년 50명에 이어 단 3년만에 두배인 100명으로 는 것이다.

 

제주도내 변호사 시장은 제주대 법학과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법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제주출신 수도권 대학 졸업자 등의 주무대였다. 고창후 변호사를 제외, 제주대 출신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제주대 로스쿨 출신도 다수 제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80, 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변호사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더욱이 제주에서 변호사는 총선 등 선거판에 나서는 일종의 ‘등용문’ 역할도 했다. 4·3선 의원을 지낸 현경대·변정일 전 국회의원이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 이후에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양승부 변호사와 잇따라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정대권·이연봉 변호사도 꼽을 인물이다.

 

‘제주의 예비 정치인’이자 ‘소수’(?)라는 직분에 탄탄한 법률적 지식과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어 정치판 등의 영역에서 나름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선우 현 제주지방변호사회 회장의 경우 제주도 환경부지사로 재직한 전력이 있고, 강기탁 변호사가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민주당 도지사 경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내 변호사 시장은 최근 크게 달라졌다. 2012년 로스쿨 출신들이 대거 변호사 시장에 등장하면서 “치열한 시장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도내 변호사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제주 변호사 시장에서 이제 사법고시 출신은 54명 뿐이다.

 

이같은 시장경쟁으로 법률서비스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 시민은 “과거 고압·권위적이던 변호사들이 최근엔 다소 누그러진 느낌이 든다. 수임료가 다소 낮춰지고 예전보다 많이 친절해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주의 한 변호사는 “오랜 시간 땀과 시간을 들여 취득한 변호사 자격이 무한 시장경쟁 논리에 휘둘리는 판으로 흐르고 있다”며 “조정·화해 또는 사회적 완충 역할까지 하던 변호사가 이젠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겨 불필요한 소송전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현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엔 제주지방 변호사가 소수여서 서로 ‘인권의 보루’란 생각을 공유하며 민주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은 사실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결속력도 그만큼 약하다”며 현실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양성철 기자 j1950@jnuri.net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