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로 한 주 쉰 제주지역 촛불집회가 입춘(立春)날에도 한 데 모여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2월 중 탄핵인용을 촉구했다.
104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은 4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에서 제주지역 제1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2월에는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입춘구속, 민주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적폐청산이 이뤄져야만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봄이 올 것이라는 뜻이다.
입춘 절기임에도 다소 추운 날씨 속에 열린 이날 집회에는 학생과 시민, 시민단체 관계자 등 주최 측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서귀포에서 온 정호석씨는 "헌법에 기록돼 있지 않아도 당연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리, 국가가 만들어진 그 순간부터 만들어진 권리가 바로 저항권"이라며 "2월 말까지 탄핵 인용이 안 된다면 그 저항권을 발휘해 다 같이 서울로 올라가자"고 호소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문정현 신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를 거론하며 "검은 마음 가진 사람들이 만든 것이 블랙리스트"라면서 "봄에 올라오는 개구리처럼 우리도 함께 일어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 두 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김명희(44·삼도2동) 주부는 "박 대통령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헌재는 탄핵을 인용하고 말 것"이라며 "손에 쥔 권력을 내려놓고 싶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마지막 명예라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순희 문화예술공동체 간드락 대표는 “촛불이 향하는 곳이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처벌이어서만은 안된다. 해방 이후 처리하지 못한 친일파와 군사독재에 아부해온 새누리당, 간판만 바꿔든 바른정당이야말로 박근혜를 탄생시킨 장본인들”이라며 “재벌을 해체하고 정상적인 자본주의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대선을 맞이할텐데 ‘박근혜처럼 이기적이고 멍청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촛불 민심을 담아내는 사람을 찾고, 만약 없으면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야 한다. 촛불민심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정치인을 발굴하고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발언 뒤에는 어쿠스틱 밴드 ‘아이씨’와 제주시청 대학로 골목 거리행진, 전통공연예술개발원 마로의 풍물공연이 이어졌다.
한편 제주행동은 2월 중 탄핵인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 되는 25일로 예정된 전국적 대규모 집회에 동참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