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김제박(50)·이선경(45)씨 부부는 지난 달 16일 미국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리고 두 부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1월 유학중이던 그들의 딸 유나(18)양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급거 현지로 떠난 이들 부부는 병원에서 설움의 시간을 보낸 끝에 딸 아이의 장기를 기증키로 결정했다.
편지는 바로 그들의 딸 유나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여성이 보낸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외과의사 마리아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유나양의 심장을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여동생이 같은 병으로 3년 전 세상을 떠난 터라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애리조나 장기 기증 네트워크에서도 최근 편지를 보내와 “두 살 아이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끝나게 해 준 유나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사고로 숨진 유나양의 장기는 기증 뒤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해줬다.
유나양 가족의 이야기들은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최로 열리는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의 밤’에서 펼쳐진다. 유나양을 주인공으로 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감사 편지가 낭독되면서 유나양 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유나양의 부모들은 지금도 곱디 고운 유나양이 먼 하늘에서 평화로이 미소지을 것이란 생각으로 마음의 위안을 갖는다.
유나양은 노형초, 아라중을 졸업한 뒤 2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유나양은 지난 1월 21일 오후 1시쯤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서 등교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후 3일 뒤 의료진은 유나양에게 뇌사판정을 내렸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