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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의 [제주역사나들이](42) ... 9차 종달리 탐방코스 (2)

■하도 철새도래지

 

 

하도리 동쪽에서 종달리 서쪽에 걸쳐 위치한 철새도래지이다. 제주지형에서 보기드문 기수지역으로 바닷물과 용천수가 혼입되어 독특한 식생이 분포하고 새들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많아 이곳을 중간 기점으로하는 철새들의 안식처이다. 제주의 4군데 철새도래지 중 으뜸이다. 조류독감에 대비하여 방역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곳이다.

 

 

 

이 곳 철새도래지의 기수지역 둘레는 약 3.7km이다. 30여종의 철새가 발견되며 멸종위기종인 황새도 드나들었다고 하나 지금은 볼 수 없다.

 

 

가을하늘 아래에서의 철새도래지 풍경은 기대이상이다. 감탄할 틈도 없이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수북한 털을 머금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옆에선 질새라 억새가 고개를 든다. 갈대가 있음은 이곳이 민물을 머금은 습지라는 의미다. 제주들판을 온통 뒤덮는 억새도 이곳에선 물가에서 한발치 떨어져 가을 풍경에 덧칠을 하고 있다.

 

 

원래 이곳 철새도래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지형이었다. 예전엔 이곳을 용목잇개로 불렀으며 배들이 드나들던 용항포가 있었다. 탕탕물, 서느렁물등 맑은 용천수가 샘솟았던 곳이다.

 

용항포가 있었던 자리는 간척사업으로 매립되었는데 2003년에 농업기반공사가 이 곳 일대 8000여평을 평당 2만2000원의 헐값으로 민간에게 매각해 버렸다. 당시 주민들이 분통 터질 만한 사안이었다.

 

중앙지 1곳에만 매각공고를 내어 주민들이 알 수 없었고, 행정절차상 아무 문제없다는 이유만 들었다고 한다. 절대보존지구라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지만 양어장시설의 흔적인 듯 버려진 옛 건물이 방치되어 있어 풍경을 훼손하고 있다.

 

 

1959년 바닷길에 제방을 쌓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아 농경지로 활용하려했으나 지반이 약하고 해수유입등으로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습지인 지금의 철새도래지가 형성되었다.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고 억새는 제주 들녁 어디에서나 자란다. 보통 갈대와 억새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사진을 보면 명확히 차이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둘다 가을을 대표한다.

 

'짝사랑'이라는 노래가 있다. 1936년도에 고복수가 부른 노래다.

 

'아 으악새 슬피 우니~'로 시작하는 유명한 노래이다. 가을을 노래했지만 일제시대 암울한 우리 현실을 잘 표현한 노래이다.

 

으악새가 무슨 새인지 궁금해 한다. 으악새는 새가 아니라 '억새'라고 한다. 억새의 경기도 방언이 으악새이다. 그래서 억새가 슬피운다고 시적인 가사를 붙였다고 생각했다. 그간 정설로 알았다. 그러나 반전이 있을 줄이야.

 

정작 작사가는 이 노랫말을 지을때 '으악 으악'하는 새소리를 듣고 작사했다고 한다. 뻐꾹새, 뜸북새, 소쩍새 등등 울음소리로 이름을 가진 새들이 많다. 소리가 고약하지만 '으악 으악' 울어 으악새다. 꿩도 숫놈은 꿔~엉하고 운다.

 

으악새는 왜가리일 확률이 높다. 왜가리의 북한 사투리가 왁새이다. 혹자는 왜가리의 사투리가 으악새라고도 한다. 왜가리는 남부지방에선 텃새이기도 하지만 북쪽지역에선 가을에 남쪽지방으로 떠나는 철새다. 이쯤되면 왜가리의 승리가 확실하다. 이 노래의 2절에선 뜸부기가 슬피운다. 그래서 가을에 슬피우는 새를 작사가는 왜가리를 1절에, 뜸부기를 2절에 넣었다.

 

'아 왜가리 슬피우니~'하면 웃기지 않은가. 그래서 으악새가 맞다.

 

한가지 더. 억새는 강가에 살지 않는다. 1절 가사에 '강물도 출렁출렁...'이라는 표현이 있다. 강가에는 갈대가 산다. 그래서 으악새는 왜가리가 확실하다. 왜가리는 강가에서 서식하니 딱 맞아 떨어진다.

 

'짝사랑' 노래 자료를 찾다보니 으악새 만큼이나 혼동되는 사실을 발견했다. 작사가가 누구이냐는 것이다. 당초 노래는 고복수가 부른게 맞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닷컴'에선 작사가가 김능인이라고 한 자료도 있고 박영호라고한 자료도 있다. 출처가 같은 곳인데도 다르다.

 

 

 

위 사진자료를 보면 1945년에 제작된 레코드판에 작사 박영호로 되어있다. 이 노래의 작사가는 박영호가 일단 맞다고 본다. 여기엔 사연이 있었다.

 

김능인(1911~1937)과 박영호(1911~1953)는 둘 다 일제시대에 활약한 대중가요 작사가이다. 물론 다른 작품활동도 했다. 박영호는 일제 말기 친일작품을 만들었고 1946년 월북한다. 해방 후 정부에선 1990년대에 해금될 때까지 문화계에 금지곡을 지정한다. 그 기준엔 월북작가들의 노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월북작가들의 노래는 아예 금지 되거나 작가를 바꾸어 표기하기도 하고 가사나 제목을 바꿔서 살아 남기도 했다.

 

박영호는 '번지없는 주막'을 작사한 사람이다. 그러면 '번지 없는 주막'과 '짝사랑'은 왜 금지곡이 안되었을까. '짝사랑'은 김능인이 작사한 것으로 바꾸었고, '번지 없는 주막'은 작사가가 '처녀림'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녀림'은 박영호의 필명이다.

 

발걸음을 떼면서 노래 짝사랑이 절로 입에서 흥얼거려진다. 물론 앞 소절 뿐이지만.

 

하도 철새도래지의 갈대와 억새는 가을 풍경과 함께 몰랐던 사실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욱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오현고를 나와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육군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일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공부를 더 한 뒤 에이스케이 건축 대표이사를 거쳐 제주로 귀향, 현재 본향건축 대표를 맡고 있다. 제주대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시공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고향 제주의 벗들과 제주의 역사공부를 곁들여 돌담·밭담·자연의 숨결을 더듬고자 ‘역사나들이’ 기행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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