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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8) 국회의원이 아닌 시장 혹은 시의원 선거에 출마?

 

“○○○로 확장공사 속개할 것” “○○지역 주민에게 도시가스 공급 노력” “월동채소 수급조절 특별대책 마련” “○○읍에 농수산식품 바이오산업단지 조성” “○○읍 특산물-관광지 등 통합마케팅” ....

 

착각하지 말자. 이러한 공약들은 육지의 어느 지역 시장․군수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이 아니다. 이번 4․15 국회의원 총선거의 제주지역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의 역할과 격에도 한참 동떨어진 공약들인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류(類)의 공약들이 그들 공약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있다. 작금에 이르러 도내 언론사들은 빠짐없이 4․15총선 관련 지면을 할애하여 후보들의 공약과 동향 등을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어느날 어느 언론사의 그 지면을 유심히 살펴 본적이 있었다.

 

그 지면엔 제주도내 3개 선거구마다 각 5건 씩 모두 15건의 선거 기사가 실려 있었는데, 그 중 공약관련 기사가 10건이었다. 그리고 그 중 8건의 기사가 기초자치단제장이나 기초의회 의원 선거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공약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 자신이 어떤 공직선거에 나섰는지를 착각하여 내세운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국회의원이 아닌 시장 혹은 시의원 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릇, 국회의원은 국정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하는 공직이다. 물론 지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하는 역할도 있고, 지역발전에 기여해야하는 역할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역할은 입법 활동의 범주 내에서 행해져야한다.

 

예컨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과 같이 이미 제정된 법률이 제주도 발전을 기하기에 미흡하거나 제주도민의 의사에 반하는 요소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법 개정을 하거나, 제주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한다든지 하는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직접 경험한 몇 가지 사례를 얘기하고자 한다. 필자는 어느 당 도당에서 십년 가까이 대변인 겸 정책실장 노릇을 했었고,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을 때마다 대책위원회에서 역시 대변인 겸 실질적인 정책 실무를 맡았었다.

 

첫 번째 사례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필자와 후보자(혹은 측근) 간에 공약과 관련한 충돌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공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니 적당히 하자.’ ‘선거는 이기고 보는 것이 장땡이다.’ ‘선거는 현실이고, 공약은 이상이다’ 는 등의 잘못된 그들의 인식을 바로잡아보겠다는 필자의 순진함(?)과 표심을 잡는 그들의 기교(?)와의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위의 충돌에서 필자가 항상 패(敗)했다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항상 패배를 예견했음에도 그렇게 무모한 시비를 걸었고, 선거 끄트머리쯤에는 그들의 잘못된 인식과 기교에 순응하는 부끄러움을 저질렀다.

 

세 번째 사례는, 후보들의 위와 같은 류(類)의 그 공약은 단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들 중에는 자신이 그런 공약을 했는지 조차 기억 못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 당선자는 공약을 선거과정에서 마지못하여 내세우는 요식행위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의 제목을 정하는데 꽤나 고심을 했다. ‘후보들의 무지(無知)’ ‘후보들의 오만(傲慢)’ ‘후보들의 착각(錯覺)’이라는 세 가지 제목을 써 놓고 어떤 것을 고를 것인지 심사숙고한 것이다.

 

‘후보들의 무지’ ―. 이 제목은 일찌감치 지워버렸다. 자칫 인격손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려면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국회의원의 역할과 국회의 기능을 모를 리 있겠냐 싶어서다.

 

‘후보들의 오만’ ―. 이 제목이 이 글의 내용과 가장 부합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주도민들이 어찌 국회의 기능과 국회의원의 역할을 알겠느냐하는, 즉 제주도민을 시쳇말로 ‘개, 돼지’로는 아니더라도 ‘무식꾼’ 쯤으로 여기는 오만이 그런 류(類)의 공약들을 낳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뭇 사람과는 다르고 또한 우월하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 젖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착각’ ―. 결국 골라 낸 제목이다. 이 제목을 정하는 데에는 ‘예의’와 ‘바람’이 한껏 서려 있다. ‘예의’는 후보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제주유권자에 대한 예의이다. 무지하거나 오만한 후보들이 제주유권자의 선택 대상이라는 것은 제주사람으로서 서글픈 일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배려에서 예의를 갖춘 것이다. ‘바람’은 후보자들이 결코 무지하거나 오만해서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착각하여 격에 맞지 않은 공약을 내게 되었을 것이라는 애정 어린 바람이 작용하였다.

 

지금 그들은 예비후보의 신분이다. 그래서 공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그런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세웠을 것이고, 정작 본선의 후보가 되면 그런 오만과 착각, 무지를 스스로 거두어들일 것이라 애써 희망해 본다.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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