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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19)] 원철검, 신이 난 이유는?

이번엔 총선무림입니다. 희룡공 진영, 제주 갑, 을, 서귀포 순서로 10여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상황, 대사 등은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입니다. 오버액션도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존인물도 등장시켰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십시오. 제주가 바뀌고, 한국이 바뀝니다. 4.15총선은 이미 시작됐습니다.[편집자 주] 

 

“잠시 대련을 중단하라. 긴급화상전화다.”

 

제이누리도장 인공지능(AI) 기자가 아리따운 목소리로 외쳤다. 총선비무 2차 대련을 위해 제이누리도장에 모인 7인의 무사들이 첫 초식을 펼치기도 전이었다.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에서 쏘아 올린 빔프로젝트 영상을 쳐다봤다.

 

창일거사 최측근 수하인 신혁검이 화면에 나타났다. 창일거사보다 더 고단수로 불리는 무사다. 멀티플레이어 책사로 불린다. 원철검 최측근 수하를 지내다 창일거사 수석 수련생으로 이적했다.

 

“무림 2019년 12월 11일, 제주도의회무림의원 12명이 긴급회동을 가졌습니다. 제주시 갑 소속 더불어민주당파 의원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무사들은 한마음으로 외쳤습니다. ‘창일거사님, 총선비무에 출전해주세요’라고. 아. 창일거사님은 그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1일은 제이누리배 1차 비무가 열린지 겨우 하루가 지난날이었다. 당시 창일거사는 광(光)을 판 뒤 운기조식을 하며 내공을 한껏 끌어올린 터였다. 내공을 올린 이유가 있었다. 단 하룻만에 동네대표무사 세력을 규합시켰다.

 

신혁검이 화면 가득 자신의 머리를 들이 댔다. 완벽한 ‘2대 8’ 가르마였다. 정치 모범생의 전형적인 스타일. 여유롭고 넉넉해 보이고, ‘통’이 커보이게 하는 연출이었다. 클래식하고 세련된 멋으로 강한 어필을 하고 싶은 무사들은 도전해 볼 만한 헤어스타일이다. 다시 얼굴을 든 신혁검이 말했다.

 

“창일거사님 출전 가능성은 2대 8입니다.”

 

온몸으로 의문을 증폭시키며 혼돈으로 몰고 가는 언어농단무공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AI기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본선비무서 경쟁력 있는 무사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창일거사가 출전할 것인가요?“

 

신혁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주무림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중앙무림이 결정할 일입니다.“

 

신혁검이 밝힌 회동 참석자는 현수(비례), 경운(비례), 성균(애월), 남수(한경·추자) 원철(한림), 민구(삼도1-2), 승아(오라), 영식(연동 갑), 철남(연동을), 태석(노형 갑), 상봉(노형을), 창권(제주시 외도·이호·도두)<호칭 제외, 비례.지역 순,>이다. 이중 제주무림의원 의장인 태석거사와 민구검만 출타중이었던 탓에 유선으로 같은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희수거사와 길현훈장은 황망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다른 무사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의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표계산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한 선거비무였다.

 

그 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사가 주판(珠板)을 들고 제이누리 도장에 들어섰다. 달빛을 퉁겨낼 정도로 날이 선 검도 없었다. 오로지 주판 하나. 수없이 주판알을 퉁겨냈을 그의 손톱만 달빛도 퉁겨낼 것처럼 날이 서 있었다. ‘차르르, 차르르’ 소리가 제이누리도장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흥,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머리로 계산해. 이것 하나면 단숨에 끝낼 수 있지.”

 

뒤늦게 비무출전대열에 합류한 용철경리(經理)였다. 그의 등장은 새로운 구도를 예고하고 있었다.

 

용철경리는 누구인가

 

용철경리는 무림 1966년 말(馬)의 해,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서 태어났다. 초등무림 시절엔 무학인 부모에게 글을 가르치며 총명함을 드러냈다. 부모는 가난했지만, 고등무림시절 인(IN) 서울무림을 꿈꿨다. 단식투쟁과 대학무림진학 포기 배수진을 친 끝에 고려대학무림에 입학한다.

 

소년급제를 꿈꾼다. 졸업 전 중원무림 공인 회계고시 합격에 도전했다. 매일 15시간을 주판수련을 한다. 주판알이 닳도록 수련해 갈아치운 주판만 100여개가 넘는다는 후문이다. 잠을 6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주판을 베고 잤다고 한다. 3년 동안 도서도장이 문을 여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수련해 개근상도 탔다. 매일 찾아오는 그를 무림인들은 도서도장 문지기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대학무림 4학년에 꿈을 이룬다. 당시 합격인원은 100여인에 불과했다.

 

대학무림 졸업식에서 그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는다. 수련학비를 대느라 부모의 유일한 농토인 6,600m²를 팔았다는 것. 그는 눈물을 흘리며 다짐한다. 그 농토보다 몇 배로 더 보답하겠다고. 이후 그는 덕성여대무림 메이퀸급 미모를 지녔다고 알려진 동갑내기 영희낭자와 혼인에 성공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그리고 무림 2000년 무소속으로 총선비무에 출전해 패배한다. 11,272표(9.88%). 무림 2004년에 열린 비무에서도 무소속으로 출전해 3,146(6.27%)표를 얻는다. 정치성적표는 만년 꼴찌였다.

 

원철검 웃음의 의미는

 

“한 표가 아쉬운데.”

 

경실거사와 영진검, 자헌검이 동시에 푸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유한국방 경선만 승리하면 본선 승리라고 믿었다. 분열된 진보와의 경합은 반드시 이긴다는 셈법이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득표력은 약하다고 예상되는 용철경리였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보수표를 갉아먹는다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 비무가 될 수 있었다. 단 한표로도 승자가 뒤바뀌는 비정한 무림이었다.

 

병수의생의 진보분열 선언, 도의회무림의원 12인의 창일거사 출전요청, 보수분열을 예고한 용철경리 등장. 총선비무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AI기자 스마트폰이 또 다시 울렸다. 전화를 받은 기자가 놀란 듯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 숨을 고른 기자는 원철검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철검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무엇이 그리도 신이 난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제이누리도장에서 보낸 질문지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총선비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창일거사가 불출마할 경우 후계자로 지목될 것이란 소문도 있던 터였다. 그런데, 창일거사 출전요청은 또 무슨 말인가.

 

AI기자가 맥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비무는 다음주로 연기하겠다. 상황이 너무 복잡해져서 CPU(중앙처리장치)에 과부하가 걸렸다. 오늘은 도저히 대련을 진행하지 못하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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