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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9)] 분리하여 통치 ... '편 가르기' 수법

 

프로빈셜 홀에는 음습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조배죽들의 통치 방법은 제국주의 시대의 '분리하여 통치하는(divide and rule)' 수법과 같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를 강압적으로 통치하기 위하여 소수의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은혜를 베풀고 다수의 상대편을 탄압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렇게 되면 식민지 국민은 양편으로 나뉘어져 대립하는 통치구조가 만들어 지고 지배세력과 피지배 세력을 구분하는 선이 그어진다. 피지배 세력을 고립시켜 탄압하면 저항이 일어나고 저항은 지배세력이 다시 제압하게 된다. 이른바 '편 가르기' 수법이다.

 

우동춘(愚獞鶞)은 보도자료를 모아 기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심심해서 언론을 모두 장악했다는 착각에 빠지고 ‘언론은 비판적 기능은 하면 아니 되고 단지 홍보지 역할만 해야 한다. 총독을 불편하게 하는 보도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조배죽의 시대가 되었으니 충성심을 보여줘야 할 텐데 뭔가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

 

가깝게 지내던 직원이 귀띔을 해 주었다. “저 사람(우동춘)은 사고를 많이 저지르고 뒤끝은 항상 구리다.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하지 않은 것처럼 흘치멍 댕긴다(흘리고 다닌다). 조심해라.” 우동춘은 자리를 이동하면서 컴퓨터 화면에 남아있는 자료를 삭제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의 명단과 성향을 분석한 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후임자는 입이 딱 벌어졌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 자료를 바로 삭제해 버렸다.

 

자료에는 출입기자들의 출신학교와 종교 혹은 특징과 성향을 분석하고 우호적인 기자와 중립적인 기자, 반대편 기자로 구분하여 A, B, C로 표기해 놓았다. 자신이 임의로 만든 기준으로 상대편 경쟁자의 학교 동문, 혹은 같은 종교, 아니면 보도하는 내용이 기분 나쁘다는 단순한 이유로 'C' 등급이 매겨졌다. 어디에 쓰여 졌는지는 모른다. 세상이 바꾸어 졌으니 '나는 조배죽이야‼ 건드릴 자 없어‼'라고 은근히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지도자에게 보고를 한다면 “할 일 없어서 이 따위 짓거리나 하고 있냐?”고 야단을 쳐서 집어 던져버릴 만한 불쾌한 자료였다. 반면에 독재자에게 보고가 되었다면 충성심을 과시하면서 칭찬을 받을 일이다. 군사독재 시대였다면 무고한 여러 사람을 잡을 자료로 활용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댓글 사무관

 

우동춘이 김철수를 불렀다. 한 언론에 리조트 개발사업에 비판적인 기사가 보도되자 "이 기사와 환경단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 대응하라”고 지시한다. 김철수가 기사를 훑어보았으나 다소 비판적인 내용이지만 정확한 사정을 보도한 것으로 판단해서 “저가 보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따로 대응할 것이 없고 충분히 반영하고 참고를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것 참 말이 많네, 하라면 할 것이지”라고 매서운 질책이 쏟아졌다.

 

“그거 어떻게 되었어?”

 

“뭐가 말입니까?”

 

“(언론보도를 비방하는 댓글 문구를) 만들어 와‼”

 

“못합니다.” 거듭된 독촉에도 거절해 버렸다.

 

우동춘은 미간을 지푸리며 “이대로 해‼” 라면서 자신이 만들어 낸 댓글 문구를 김철수에게 주었으나 “못 합니다”라고 거절하고 돌아서 버렸다.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며칠이 지난 후 심야시간에 김철수는 잠시 뒤를 돌아보다가 우동춘이 희죽거리며 컴퓨터를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론보도를 비방하는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우동춘은 수사를 받고 소송을 당해 무거운 민형사 책임을 떠안았다. 그래도 징계 책임은 지지 않았다. 총독에 대한 충성심이 가상하여 배려를 해 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철수는 우동춘이 만들어 준 문구대로 언론보도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면 민형사 책임을 떠안았을 것이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거운 징계를 받아 프로빈스를 떠날 수도 있었다.

 

시킨 일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문제가 터지면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것이다. 오히려 총독에게 달려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일이 터졌다고 보고하고 자신의 충성심을 다시 확인 받으려 할 것이다. 큰 사고를 저지를 뻔 했던 순간을 모면하였다.

 

호치키스(스태플러) 걸

 

우명이(櫌螟妮)는 매일 자료를 모아 호치키스(스태플러)를 찍는 일을 뛰어나게 잘 하는 여직원이다. 그런데 직원들이 자료를 모으고 있으면 달려와 이유 없이 밀쳐 버리는 괴이한 성격이다. 서류를 빼앗아 제멋대로 분류하여 호치키스를 찍는 재빠른 손놀림을 과시하였다. 다른 사무는 능력이 달리고 오직 호치키스 찍는 일 하나는 최고다. 다른 사람과 달리 종이를 챙기는 전용 ‘손가락 골무’를 마련하여 특별히 끼고 다닌다.

 

우명이는 “우리 총독님이 최고야‼” 라면서 은근히 조배죽이라는 점을 과시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김철수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한 건 올리겠다. 김철수에게 큰 타격을 입혀 쓰러뜨려 충성심을 보여 주겠다.’ 고 다짐하고 있었다.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먹잇감으로 보였는지 거침없는 시비가 시작되었다.

 

“버티지 마랑 집에 갑서게(버티지 말고 퇴직하세요.)”

 

“무슨 말이지??”

 

“반대파가 여기 있으면 됩니까?”

 

“내가 반대파라고??”

 

“다 고람수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얘기를 합니다.)”

 

“......” 할 말을 잃었다.

 

우동춘이 손짓으로 김철수를 불러 걸어가고 있을 때 우명이가 한참 뒤에서 촐람생이(촉새)같이 후다닥 달려와 김철수의 가슴을 밀쳐 버렸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른다. 힘이 달려 뒤로 밀려 나고 닭싸움 같은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쳐 놓은 그물에 걸려 버렸다. 이렇게 연출된 사건으로 상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가 만들어지고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다. 꽤나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였다.

 

한직으로 밀려났으나 차라리 잘 되었다. 변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있으면 또 다른 함정을 만들어 밀어 넣으려 할 것이 뻔하다. 다른 직원이 위로를 해 주었다. “그게(우명이) 빽이 너무 쎄서 뭐라 못한다.” 한마디 덧 붙였다. “세상이 자기 것이라 믿고 날뛰는 삐돌이와 삐순이들이 드글 거린다.” 두어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씌워진 온갖 오욕(汚辱)을 뒤로 하고 다시 새로운 가시밭길이 예정되어 있었다. '삐돌이와 삐순이들이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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