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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2)] 희룡공 "현실적 판단, 정치적 책임 진다"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무협소설입니다. 무협은 무술(武)로 협(俠, 의기로울)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창작인 소설이 더해져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퓨전무협 소설입니다. 무협의 묘미는 살리기 위해 일상적인 무협용어는 사용했지만 해석이 힘든 용어는 현대어로 풀어 썼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이름을 차용당한 인물들은 제주에서 ‘공인’입니다. 공인다운 아량으로 소설인 점을 이해 부탁합니다.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는 경제입니다. 제주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원인과 내막, 쟁점 등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게 이 소설의 목표입니다. 무협소설 주인공들이 매번 외치는 기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갈(喝)∼” [편집자 주]

무림 2015년 4월 16일 제주무림 무도장. 희룡공이 제주무림 의원인 정화낭자의 영리무공불가초식을 한 손에 든 부채바람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희룡공이 말했다.

 

“헬스케어타운 무도장에 ‘헬스초식’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희룡공은 답답하다는 듯 연신 부채질을 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상 녹지무림에 헬스초식까지 책임지라고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진행된 사안이란 말입니다.”

 

도민무림 의견수렴 없이 영리병원무공을 꺼냈다는 공격에 희룡공의 대응이었다. 희룡공의 작심 발언 이후 제주무림은 논란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영리병원 무공을 익히겠다고 희룡공이 선전포고를 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의견수렴상도의초식(무공을 겨룰 때 지켜야 할 상도의) 절차도 빼 먹었기에 논란은 더 확산됐다.

 

영리병원무공은 어떤 무공일까. 아무나 익힐 수 없는 가공할 무공이었다. 내공이 약한 자가 겁도 없이 도전했다가는 주화입마(走火入魔)를 입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기 십상. 만약 그가 영리무공까지 익힐 경우 수석무공과 결합되면서 단숨에 중원무림의 용으로 승천할 수 있다는 무림언론의 분석도 잇따랐다.

 

영리병원무공의 창안자는 대중지존이었지만 무현지존에 이어 이명박근혜 지존까지 16여 년 동안 어둠속에 감춰 놓았던 비급이었다. 역대 중원무림 지존들도 쉬쉬했던 비급을 희룡공이 꺼내 든 것이다.

 

그 후로 여러 해가 흐른 무림 2018년. 영리병원무공이 또 다시 제주무림과 중원무림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희룡공이 녹지무림을 통해 영리병원무공을 다시 천하에 내 보이겠다고 선언한 것. 제주재야무림이 제안했던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입장까지도 뒤집은 터였다.

 

천하의 수석무공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지나친 흥분으로 운기조식(運氣調息)에 실수라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고 만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초식이 절로 나오는 약점이었다. 이 초식은 상대방을 지나치게 얕보게 되어 후환을 만들곤 했다.

 

무림 2018년 12월 5일. 희룡공이 제주언론무림인들과 만난 자리였다.

 

“영리병원무공 허용은 현실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정치적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날 희룡공은 정치적책임초식을 시작으로 대안부재불가피차선선택초식, 거액손해배상방지초식 등 초식종합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초식은 화려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중원 상황을 보면 희룡공의 의도가 석연찮았다.

 

중원의 제조업 무공은 글로벌 무공에 밀려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갈 곳 잃은 자본무림이 진출할 새로운 경연장이 필요해진 셈.

 

무림 2018년 6월엔 한국경영자총무림이 9개 혁신성장규제개혁과제 무공을 중원무림 직속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는데, 첫 번째가 은산분리무공도 아니고 영리무공일 정도였다. 무림 2020년이 되면 62조4000억금의 생산유발효과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무림의 눈과 귀가 제주무림에 유배된 잠룡 희룡공에 쏠린 이유였다.

 

해가 바뀌었지만 제주무림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진다. 재야무림인들은 토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희범검자의 집무실 앞에 모여 촛불무공을 수련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기약 없는 수련이었다.

 

무림 2019년 2월 2일. 칼 대신 마이크를 잡은 민노총제주방주 덕종검이 일갈했다.

 

“영리병원무공 허용은 무림 양극화를 어마어마하게 만드는 괴물입니다. 도민무림, 국민무림의 생명줄이 걸린 문제를 의식적으로 직무유기한 희룡공은 제주맹주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범민중민주(PD) 계열인 제헌의회(CA) 계파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덕종검은 학생무림에서 첫 수련을 시작했다. 이후 체중을 급격히 불리며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인 지천명도 되기 전에 민노총제주본부방주를 꿰찬 인물이다. 한번 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놓지 않는 초식을 구사한다고 알려졌다. 그런 그가 눈을 부릅뜨고 희룡공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노려보고 있었다.

 

‘영리병원무공 철회, 희룡공 퇴진 제주재야무림’ 깃발이 차디 찬 겨울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종이컵촛불도 꺼질 듯 말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입을 굳게 다물고 멀찍이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희범검자였다.

 

제주맹주 도전에 나섰던 비무대회에선 영리병원무공 허용은 도민무림인 건강권을 담보한 잘못된 실험이라며 시퍼런 칼날을 보였던 그였다. 그런 그가 묵언수행을 하고 있었다. 희룡공의 간택으로 제주시맹주가 된지 166일 밖에 안 된 신참. 그저 재야무림인이 들고 있는 촛불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선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왜 하필 내 집무실 앞에서..., 희룡공 집무실 앞이 더 널찍하고 좋은데.”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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