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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프로스펙스 ...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 레트로 마케팅

2009년 국내 스포츠브랜드 업계에 ‘워킹화’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토종 스포츠브랜드 프로스펙스가 있었다. 하지만 워킹화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프로스펙스가 꺼내든 카드는 구조조정과 레트로다. 하지만 이 카드의 효과는 불확실하기 만하다. 르까프의 길이냐 휠라의 길이냐 프로스펙스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로에 선 프로스펙스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화승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토종 스포츠브랜드 르까프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르까프는 1월 31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1986년 설립돼 브랜드 론칭 33년을 맞은 르까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르까프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6년과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모기업의 부도로 위기를 겪었다.

 

르까프의 위기로 잊혔던 국내 스포츠브랜드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토종 스포츠브랜드로는 프로월드컵·프로스펙스·휠라 등이 있다. 그중 최장수 브랜드는 프로스펙스다. 주인이 두번이나 바뀐 르까프처럼 프로스펙스도 숱한 위기를 겪었다. 1985년 모기업인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한일합섬에 매각됐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를 버티지 못한 한일합섬의 부도로 법정관리를 받았고 2007년이 돼서야 새로운 주인(LS네트웍스)을 만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스펙스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는데, 다름 아닌 ‘워킹화’다. 글로벌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던 러닝화 시장을 피해 발견한 틈새시장이었다. 워킹화 전략은 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프로스펙스 W로 시장에 선보인 워킹화는 2009년 이후 연평균 75만족의 판매고를 올렸다.

 

2012년 출시 3년 만에 300만족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500만족의 누적 판매량을 넘어섰다. 여기에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몽벨 스포츠브랜드 스케쳐스 등 외국 브랜드를 활용해 시장을 공략했다. 당연히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08년 1851억원이었던 브랜드 부문 매출은 2012년 3499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억원에서 157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워킹화의 최근 실적은 신통치 않다. 매출은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2년 4372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2017년 215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2015년 적자(-274억원)로 전환한 이후 줄 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워킹화·아웃도어 시장의 경쟁심화 때문으로 보인다. 프로스펙스 신발의 30%가량을 생산했던 개성공단 폐쇄 등의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

 

LS는 두가지 전략을 폈다. 첫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 2016년 4월 잭 울프스킨 사업을 철수한 데 이어 9월에는 스케쳐스를 294억원에 매각했다. 몽벨은 자회사로 분리(2016년 12월)해 몸집을 줄였다. 그 결과, 2010년 77.0% 차지했던 브랜드 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3분기) 42.5%로 감소했다. 2012년 581명까지 증가했던 직원 수는 지난해(3분기) 194명으로 줄었다.

 

둘째 전략은 ‘레트로’다. 스포츠업계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 편승한 정책이다. 프로스펙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년)’의 성공으로 시작된 레트로 열풍에 발맞춰 2017년 ‘프로스펙스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뉴트로(Newtro·new+retro)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며 “10~20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제품 생산에도 이런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스펙스의 오리지널 제품인 ‘스택스’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2만족 이상 팔려나갔다. 하지만 두 전략이 프로스펙스에게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시장 확보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LS네트웍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프로스펙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중하위권 업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프로스펙스 하나만으로는 수익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기까지 부진해 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다”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레트로 전략의 성공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눈길을 끌 수 있는 디자인과 가성비를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지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영순 경성대(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스포츠브랜드의 주요 수익원은 고가의 기능성 신발이 아닌 중저가 신발”이라며 “이런 면에서 오리지널 상품의 출시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오리지널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이 필요하다”며 “무조건 복고를 좇는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스펙스가 국내 토종 스포츠브랜드의 생존을 위해서는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워킹화 시장 공략이 성공한 것처럼 제2, 제3의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영순 교수는 “국내 스포츠브랜드가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글로벌 업체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비슷한 제품과 마케팅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가 손대지 않는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신소재 등이 사용된 차별화한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사 제휴 The Scoop=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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