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양배추 하차경매와 관련, 제주도와 서울시가 서로 엇갈린 목소리를 내자 제주도의회에서 “누군가의 치적을 챙기기 위해 농업인들을 두 번 죽이는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도의회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은 15일 제36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참으로 침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최근 제주도와 서울시가 제주산 양배추 하차경매와 관련해 진실공방을 벌인 것을 지적했다. 

지난 12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긴급 상경,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이후 도는 ‘가락시장 제주산 양배추 하차거래 경매, 1년간 잠정 유예 검토’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허 의원은 “이튿날 신문지면에는 원희룡 지사와 박원수 시장이 웃으며 손을 잡는 사진을 첨부해 보도자로 내용이 사실임을 인지시켜줬다”며 “고작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유예기간 동안 미흡한 사항을 보완하고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다며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서울시는 곧바로 도에서 발표한 '잠정유예 검토'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차경매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의원은 이를 두고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서울시장과 일말의 교감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즉각적인 반발이 가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의 동의와 결재 없이 이런 보도자료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누구와 무엇을 협의한 것인지 의구심만 들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이는 누군가의 치적을 챙기기 위해 농업인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태”라며 “농업인들을 두 번 죽이는 사기행위다. 지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그 동안 도의회에서도 농입인들의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양배추 하차경매 유예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며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들도 이와 관련해 열정과 성의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하지만 서울시의 최후통첩과 같은 이번 보도자료에서는 제주 농업인들의 문제제기에 대한 공감과 인식이 아닌 자신들의 입장만을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제대로 된 갑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서울시 보도자료에 나온 “제주산 양배추 하차 경매로 상품성 등이 향상, 제주 출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한 것에 대해 ‘일제가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일조했다’는 말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허 의원은 “양배추 하차경매 문제는 농산물 판매와 관련된 단순 유통의 문제가 아닌, 대선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들의 신의와 관련된 문제”라며 “양배추 하차경매 문제도 이렇게 처리하는데 국정은 어떻게 처리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에는 한라산과 백록담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목적으로만 제주를 볼 것이 아니라 제주 농업인과 농산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살펴봐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