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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제주] 현행복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 "제주의 혼 깃든 무대 기다리라"

 

 

지난 6일은 절기상 음력 칠월 기망(旣望)이었다. 송(宋)대 대문호 소동파(蘇東坡)가 적벽강에 배를 띄워 그 유명한 ‘적벽부’를 탄생시킨 날이다.

 

전국 첫 개방형 공모로 임용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 현행복 원장.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소동파의 ‘적벽부’를 떠올렸다. 그렇듯 제주가 진정한 ‘문화예술의 섬’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그에겐 ‘최초’라는 여러 타이틀이 있다. 제주대 음악교육과와 영남대 음악학과를 나온 그는 제주출신 첫 ‘남성 성악가’다. 동굴의 자연 공명음을 활용한 ‘동굴음악회’를 처음으로 시연한 것 역시 그다.

 

이번에 타이틀 하나를 추가한 건 ‘전국 첫 개방형 공모 문화예술원장’이다.

그는 제주만의 독특한 공연문화를 선도하며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예술가로 살아왔다. 이제 그 길에서 잠시 벗어나 ‘예술행정가’의 첫발을 내디뎠다.

 

“제주문화의 중심지에 위치한 문예회관을 대관 극장이란 이미지에서 탈피시켜 사람들에게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각인시켜 나가겠다. 제주의 전통과 문화를 담은 공연과 전시를 통해 제주 문화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

 

그의 포부는 이렇게 집약됐다.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예술적 기반을 토대로 제주의 문화와 예술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후배를 향한 선배로서의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1988년 제주시에서 개관한 제주도문예회관. 내년이면 30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논어에서 말하듯 이립(而立).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자적인 삶을 꾸리며 홀로 선다는 뜻이다. 이제 문화예술진흥원도 홀로 설 때가 됐다.”

 

 

‘홀로서기’를 위해 그는 두가지 계획을 꺼내 든다.

 

그 첫 번째가 공연과 전시의 롤모델로서 제주의 공연·전시 문화를 선도해나가겠다는 것.

 

“제주에는 이미 한라아트홀과 제주아트센터, KBS홀과 같은 공연장과 전시장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많이 갖춰졌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인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 부분은 한정돼 있다. 문예회관은 지금까지 대관 업무가 위주였지만 앞으로 자체 기획공연과 상설무대 운영을 통해 제주인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의 범위를 넓혀가겠다.”

 

두 번째다. 무용단과 교향악단, 행정시에 하나씩 있는 합창단, 서귀포관악단 등 도립 타이틀을 단 예술단의 운영 문제다.

 

그는 무용단을 예로 들었다. “무용단의 첫 출발은 민속예술단이었다. 해외 사절단, 홍보대사 등으로 활용해 제주를 외부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주대에는 무용과가 없다. 결국 무용단 인원을 타지에서 데리고 올 수 밖에 없다. 제주의 문화를 알리는데 한계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제주의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그는 취임 이후 아예 강의전선에도 뛰어들었다. 단원들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자 직접 인문학 강의에 나선 것이다.

 

물론 ‘귤록’과 ‘우도가’, ‘방선문’ 등의 저서까지 낸 그다. 모두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친 결과물이다.

 

“단원들에게 제주의 참 정신이 무엇인지, 문화적인 정체성은 무엇인지 직접 터득한 것을 전하고 있다. 이런 정신·정체성을 터득했을 때 더 제대로 된 제주인의 춤사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강의는 수시로 단원만이 아닌 진흥원 직원도 대상이다. 지난 12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있었던 워크샵이 한 사례. 제주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상식이 쏟아지고 그가 손수 연주하며 나온 제주민요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이후로 예정한 결과물이 제주의 혼이 배어 있는 기획창작물이다. 그걸로 상설무대를 운영하겠다는 게 그의 강한 의지다.

 

“공연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겠다. 제주인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겠다.”

 

 

그의 시선은 이제 콘텐츠만이 아니다. 문예회관의 핵심인 바로 음향. 설비의 문제다.

 

공간만 넓다고, 좌석만 많다고 해서 다가 아니란 것이다. 울림 등 음향적인 부분이 극장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소리의 여운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나타내는 잔향도까지 진단했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2초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잔향도의 이상적 수치다. 문예회관의 잔향도는 1.8초로 도내에서 가장 우수한 수치다. 또 문예회관은 공연시 잡소음이 매우 적다. 이런 장점들을 부각시켜 문예회관이 제주의 공연을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하겠다.”

 

제주의 공연문화를 선도하고, 특색 있는 공연이 있다면 “관광객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인터뷰 말미에 꺼낸 그의 화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실린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아무런 말없이 서 있지만 그 꽃과 열매로 인해 그 아래 길이 생긴다”는 말이다.

 

“문예회관이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 동굴음악회나 계곡음악회 등을 통해 보였던 발상의 전환을 문예회관 공연에 적용시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제주의 공연 문화를 만들겠다.” 그가 갈 길이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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