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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무슨 숙제 남겼나?] 한천 범람·부러진 풍력발전기·정전 여파 '분노'
9년 전 저류지 정비도 허사? … 정전은 늑장에 아예 불통

 


악몽은 재현됐다. 9년 전 태풍 나리로 전대미문의 초토화 상황을 맞았던 제주지만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태풍 ‘차바’가 5일 새벽 제주를 강타한 가운데 한천은 또 범람했고,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들은 또 떠밀려갔다. 곳곳 건축물이 무너지거나 부서졌고, 공공시설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로는 각종 신호등과 전신주가 부러지며 교통은 엉망이 됐고, 길마다 바람에 떠밀려온 나무와 쓰레기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게다가 제주도내 4만9000여가구는 암흑세상을 만났다. 하지만 한전의 복구는 더디기만 했다. 고장신고 전화는 아예 먹통이었다.

 

태풍 차바가 수많은 숙제를 남기고 홀연히 제주를 떠났다. 

 

◆ 되살아난 9년전의 악몽 … 한천 범람 현장 =태풍 ‘나리’가 제주를 덮친 9년 전, 그 악몽이 되살아났다. 제주시 한천이 범람했다.

 

4일 일기예보를 통해 ‘차바’가 9년 전 태풍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피해는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 나리가 몰고 왔던 ‘한천 범람’을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천 주변은 9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갔고, 한천과 월대천 등에선 키우던 개와 말 등 가축까지 떠내려갔다. 한천 주변 주차장에 방치된 차량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것 역시 9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과거 수백대이던 차량이 이번엔 70여대에 그친 정도였다.

 

한천 주변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고모(27·여)씨는 암담했다. 야근을 위해 회사 근처에 세워둔 차가 바람으로 7m가량 떠 밀려갔다.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전조등에는 물이 반쯤 차 있었다. 결국 고씨는 보험사를 불렀고 견인차가 차를 끌고 갔다.

 

 


전국운수산업민주버스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년 전 한천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9년 전 한천 범람을 겪지 못했던 터라 이런 피해를 예상치 못했다는 변승익(61) 지부장.

 

“여느 때와 같이 오전 8시 30분에 출근을 했죠. 그런데.. 물에 떠밀려 문이 열려 있었고 사무실 안은 허리까지 물이 차 책상이 둥둥 떠있더라구요. 아침부터 정리해서 이 정도지. 보는 순간 할말을 잃었어요. 컴퓨터도 물에 잠겨 고장나고 서류도 다 물에 쓸려가고... 당분간 업무는 마비됐죠.”

 

지난 1년간 땀 흘려가며 지어온 농작물들이 반나절만에 휩쓸려간 모습을 본 A씨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물에 휩쓸려 아수라장이 된 밭을 보고 나오는 건 한숨 뿐이다. 헤쳐진 밭을 정리하기위해 곡괭이를 들던 그는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한천 범람 현장에는 이날 오전 10시쯤 대민지원을 나온 해병대원들과 동사무소 직원들, 소방대원, 경찰 등이 곳곳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전기가 나간 신호등을 대신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고 지하 노래방에 잠긴 물을 펌프로 퍼내고 있었다. 

 

제주도는 9년 전 한천 범람 후 저류지와 복개구간 보수 등 대대적인 정비를 했지만 결국 이번 태풍의 피해를 막진 못했다. 그 시절 보수.보강공사가 허사였던 셈이다.

 

게다가 한천 범람 현장을 기사로 접한 한 네티즌은 “(한천 인근은 태풍이 오면 범람하는) 상습지구다. 시당국이 보다 일찍 차량통제를 했어야 했는데”라며 시·도당국의 안일을 질타했다.

 

◆ 태풍 ‘차바’에 두동강 난 초대형 풍력발전기 … 이대로 안전?=제18호 태풍 ‘차바’는 초대형 풍력발전기 날개도 두동강냈다. '탄소 없는 섬' 제주의 상징이지만 태풍에 맥 없이 부러졌다.

 

5일 오전 6시 55분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풍력발전단지 내 해상 풍력발전기 2기 중 1기의 블레이드(Blade·날개)가 부러졌다.

 

이 풍력발전기는 ㈜효성이 지난 2009년부터 국책 과제로 개발한 5㎿급 해상풍력발전기다. ㈜효성이 제주도로부터 실증단지 부지를 임대해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경제성 향상 가능성을 알아보던 발전기다.

 

강풍으로 부러진 풍력발전기의 날개 지름은 139m. 약 3600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규모였다.

 

해당 발전기를 관리하는 전략산업추진본부는 현재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력수요의 100%를 육상과 해상 풍력발전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상에 조성된 3MW 10기, 모두 30MW(2만4000가구 수용량)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 풍력발전단지가 첫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는 풍력발전으로 전력수요 100%를 달성코자 하는 제주 비전에 ‘재점검·재정비’라는 적신호를 켰다. 국내 최초 풍력발전도시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 거쳐야 할 '안전'고지와 산들이 남은 셈이다. 

 

◆ 끊긴 전력 복구는 언제? … 먹통 한전에 분통 터뜨리는 전력소비자

 

태풍 차바로 제주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빚었다. 그러나 전기고장 신고번호인 '123'은 한마디로 먹통이었다. 아예 전화연결음 자체가 없거나 '죄송합니다. 지금은 이용자가 많아...'만을 반복하는 기계음만 나올 뿐이었다.

 

한국전력의 안일한 대처에 도민들은 그래서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시 탑동에서 365일 의원을 운영하는 김형준 원장은 "병원 냉장고 3대에 다량의 백신 등 의약품이 비치된 상황이었는데 정전으로 큰 낭패를 봤다"며 "조그마한 온도변화에도 폐기를 해야 할 만큼 백신은 온도변화에 민감한데도 도대체 언제 정전 상황이 끝날지, 언제 복구가 가능할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아예 전화조차 연결이 안돼 법적인 손해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흥분을 참지 못했다.

 

결국 김원장은 간호사 등과 나눠 전력공급이 되는 냉장고 등을 찾아 이날 오전 내내 제주도심 곳곳을 뛰어다녔다. 물론 병원진료는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제주시 연동 일대도 정전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전자제품 대리점은 물론 여러 사무실이 모여있는 오피스텔과 편의점까지 남녕고와 노형로터리를 잇는 길은 5일 한낮에도 상가 내 모두 불빛을 접었다. 정전으로 업무가 마비된 이곳들은 하염없이 전기가 복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 용담동에서 IT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수많은 정전사고로 한전의 복구가 다소 더뎌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최소한 지역별로 언제쯤 복구가 가능한지 문자메시지라도 보내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데 지역을 가리지 않고 덜렁 '복구가 진행중'이란 메시지만 보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정전과 관련 이날 오전 11시께 약 2차례에 걸쳐 각각 '웹발신 문자'를 통해 "현재 제주 일부지역 정전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조속한 복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만 안내했다.

 

5일 새벽 제주를 관통한 차바는 현재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도 많은 피해를 내고 있다.

 

행정당국과 한전 등의 반복되는 안이한 늑장 대처에 제주도민들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다. 철저한 예방과 대처가 더욱 필요하단 걸 태풍 차바가 다시금 알려주고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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