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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110)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중국, 중국인> 연재 작업을 맡았다. / 편집자 주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샹그릴라(Shangri-la, 香格里拉 : 샹꺼리라)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에 나온다. 이 소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지금까지도 계속해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인류의 이상향 샹그릴라는 칸첸중가의 해발 4,500미터 산록, 가르왈 히말라야와 티베트 국경 지대, 라다크에 인접한 두 사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대 인도의 경전에도 언급된 바 있다. 그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1930년대 초 인도에서 근무하던 영국 영사 콘웨이 등 네 사람이 탄 비행기가 의문의 티베트인에게 납치돼 히말라야 산맥 너머로 사라진다. 비행기가 불시착한 곳은 티베트의 험준한 산중에 감춰진 불가사의한 샹그릴라이다.

 

샹그릴라의 비밀에 다가선 네 사람은 새로운 운명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그곳은 인간의 격정과 세상의 풍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늙음과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낙원이었다. 그 뒤편에 8,400미터 높이를 지닌 ‘푸른 달의 산’이라는 환상적인 이름을 가진 카라칼라 산과 험준한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불가사의한 땅이었다. 그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탈출하기가 어려우며 세월도 느리게 흐르는 불로장생하는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100살이 되어도 40대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일상의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마을로 묘사되고 있다.

 

 

 

 

힐튼이 묘사한 샹그릴라는 티베트 고전 전설 중의 별천지인 ‘샴발라(Shambhala)’를 근거로 한 것이다. 티베트 경전 중에 기록된 ‘샴발라’는 설산으로 둘러져 있고 천지가 물처럼 깨끗하며 황금 불탑이 숲처럼 빽빽이 늘어서 있고 평온하며 상서로운 낙원이다. 경건한 라마 승려들에게 있어 그곳은 신화와 같은 전설이며 그들이 평생 추구하면서도 이루기 힘든 성지이다. 그 전설은 이전에는 단지 티베트 사람들과 라마 승려들 사이에 전해져 왔지만 힐튼의 소설이 세상에 나온 후 모든 세상 사람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샹그릴라(혹은 샴발라)를 찾는 게 핫뉴스가 됐다. 그렇다면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상향 샹그릴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방면의 고찰을 통해 영어 중 외래어인 ‘샹그릴라’는 운남(雲南) 적경주(迪慶州) 샹꺼리라(香格里拉)현의 티베트어에 정확한 발음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티베트 불경에 전해져 오는 ‘샴발라’ 어휘에서 발전 변화한 것이다. 그 발음은 운남 상꺼리라 티베트의 방언에 속하며 ‘마음속의 일월(日月)’이란 뜻을 갖는다. 그중 ‘샹’과 ‘꺼’의 발음은 ‘캉바(康巴, kāngbā)’ 장족 지역의 남부 방언 중의 샹꺼리라 방언에만 존재한다. 다른 티베트 지역은 영어 ‘shangrila’의 발음을 일반적으로 ‘선지리다’와 같이 읽는다. 샹꺼리라 현의 고 티베트어 지명은 ‘니르종(尼日宗)’으로 일월의 성이라는 뜻이다. 샹꺼리라 티베트어 중 ‘샹꺼리라’의 뜻과 일치한다.

 

‘샹꺼리라’는 티베트 불교 경전 중의 ‘샴발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샹꺼리라’는 티베트 불교 경전 중의 ‘샴발라’에서 변화 발전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티베트 불교 경전에 나오는 신비의 왕국이 ‘샴발라’이다. ‘샴발라 왕국’에는 장엄한 설산이 고성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여덟 개의 연꽃잎 형태의 구역과 도시에 샴발라의 백성이 살고 있다. 설산을 병풍으로 삼고 그 중심에는 ‘카바라’라 부르는 왕궁이 세워져 있으며 ‘샹바라’ 국왕이 거주한다. 건당고성(建塘古城)의 건축 풍격을 보면 바로 그러한 구조로 배치돼 있다. 지도로 보면 샹꺼리라의 사방이 설산으로 둘러져 있고 중간 지세는 평탄하다. 더 큰 범위 내에는 위롱 설산, 하바 설산, 바이망 설산, 그리고 란창(瀾滄) 강변의 카와커보(Ca Wa Gerber) 설산으로 샹꺼리라를 에워싸고 있다. 현의 중간에는 대귀산(大龜山)이 있다. 역대 왕조는 역대로 고성(古城)이 대귀산 아래 장경루(藏經樓)를 중심으로 하여 사면팔방으로 방사상(放射狀) 형태로 배치돼 있다.

 

‘샴발라’의 개념은 티베트 불교의 정토신앙에서 비롯됐다. 정토신앙이라 함은 대승불교의 ‘피안세계(彼岸世界)’ 신앙과 같다. 성숙한 종교에는 자신들만의 ‘피안’의 방식이 있는데 대승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대승불교 경전 중 ‘정토’는 ‘예토(穢土)’와 상대적이다. 정토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지역을 가리킨다. 열반한 제불이 중생을 교화하는 장엄한 세계이다. 부처의 거주지이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중생이 거주지에는 번뇌가 있다. 깨달음의 맑고 깨끗한 세계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예국(穢國) 혹은 탁세(濁世)라고도 한다.

 

티베트 불교 경전에 따르면 샴발라 왕국은 설산 가운데에 감춰져 있다. 모든 왕국은 설산으로 에워싸여 있다. 여덟 연꽃잎 형태의 지역과 도시에 사람들이 거주한다. 중앙에는 또 샴발라 왕국의 국왕이 거주하는 카바라 왕궁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집착도 없고 미혹되지도 않으며 무욕의 삶을 산다. 역대의 신성한 국왕은 미래의 세계를 위해 최고의 불법을 보존하고 있다. 외부 세계의 종교가 소멸될 때까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외부 세계의 사람들이 샴발라 왕국을 정복하려고 도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샴발라의 초자연의 신력을 갖춘 신병들이 출현해 전쟁을 벌이고 외부 사람들을 소멸시켰다고 한다.

 

 

 

 

티베트어, 범문 경전에 묘사된 샴발라로 들어가는 고대의 각종 지침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스러운 땅으로 들어가려면 황량한 사막과 고산을 넘어야 한다. 행자들은 고산준령이나 큰 강 등의 자연적 장애를 극복해야 할뿐만 아니라 여러 신통과 법신의 도움을 받아 연도의 마귀들을 제압해야 한다. 샴발라로 가는 여정은 인도나 티베트에서 출발하여 불모지와 신비의 지경을 지나야 한다. 샴발라로 진입할 때는 행자는 반드시 정신 수련을 해 심신을 바꾸고 샴발라 왕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 일단 샴발라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공원과 성벽으로 구성된 이상적인 국토를 보게 될 것이다. 사면은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연꽃잎처럼 여덟 구역으로 배치돼 있다. 샴발라의 주민은 각양각색의 음식들로 넉넉하고 여러 가지 기쁨으로 넘쳐난다. 풍요롭기 그지없다. 많은 금은보석을 가지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주민들은 지혜에 따라 살아간다. 모두 수행을 통해 높은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16세기에 티베트 왕인 림품파는 ‘학자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학식이 풍부했던 인물로 서사시 『지식의 사자』(1557)를 써 샴발라로 가는 여정을 묘사했다. 티베트 문학과 의학과 점성술을 기록한 서적들은 샴발라에서 기원했다고 믿고 있다. 그중 점성술 교본 『백유리』에는 샴발라 왕국의 역사가 쓰여 있고 역대 왕국의 목각화가 첨부돼 있다.

 

제6대 판첸라마 로산 팔덴 이시(Lobsang Palden Yeshe)가 대장경 중 샴발라와 관련된 경문을 근거로 통속적인 『샴발라 안내』를 썼다. 그는 샴발라 전설을 샴발라로 가는 여정, 왕국의 상황, 왕국의 역사와 예언의 3부분으로 나눴다. 현재의 관념으로 말하면 신화 중의 논제를 바꿔 샴바라 왕국 혹은 성지의 여정 탐색, 비밀스레 숨겨진 성지 혹은 인간 정토, 황금시대 도래의 예언으로 나눠 서술한 것이다. 그는 심지어 통속적인 『샴발라 기도문』을 쓰기도 했다. 그중 한 단락에 바로 ‘최후의 전쟁’을 묘사했다. 백만 사자들은 다채롭고 찬란하여라, 사십만 코끼리들은 분노하여 내달리나니, 황금 전차는 전사의 무기를 가득 채우고 모두 전장으로 달려가나니, 더할 나위 없이 용감무쌍 하여라. 그렇게 샴발라의 강력한 군대는 ‘악의 대왕군’을 격파하고 세상을 해방 시킨다.

 

이와 동시에 서장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샴발라 왕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지구상의 인간세계의 정토라고. 어떤 사람은 고대 티베트 문헌 속의 샴발라 안내를 이용해 실존하는 샴발라 왕국의 국경을 찾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티베트 사람들은 히말라야 산 외지의 계곡 속에서 샴발라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불교 경전에서는 샴발라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샴발라의 방향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많은 사람들이 샴발라는 은유라고 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인류사회가 현대사회로 변화하면서 샴발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샴발라의 사람들은 여전히 인류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마지막 어느 날 다시 지구로 돌아와 멸망하는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때가 되면 티베트의 용감한 전쟁의 신 거사얼이 샴발라 국왕의 지혜에 힘입어 샴발라에서 군대를 이끌고 인간세상으로 나와 인류를 도와 모든 암흑 세력을 궤멸시킨다고.

 

 

 

 

티베트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이야기꾼들은 청중들 앞에서 샴발라 왕국의 그림을 펼쳐 놓는다. 그러면서 흥미진진하게 샴발라 여행 경험을 늘어놓는다. 펼쳐 놓은 그림을 가리키면서 여행자들이 어떻게 산 정상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지도 풀어 놓는다. 곤충처럼 몸을 가볍게 해야만 설산 왕국에 오를 수 있다고. 티베트의 민간에서 전해지는 샴발라 여행 이야기 대부분은 세상 사람들이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 예를 보자. 두 명의 친구가 샴발라로 여행가는 도중에 유랑자를 만난다. 유랑자는 그들에게 황금을 선물로 준다. 황금을 받은 친구는 너무 무거워 산 아래로 추락하고 황금을 거절한 친구는 순조롭게 샴발라로 올라가게 된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샴발라, 즉 ‘샹그릴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아직까지도 그럴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샹그릴라는 그저 세외도원과 같은 아름다운 상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저 사람들의 세속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초연한 탈속의 생활에 대한 갈망이며 꿈일 뿐일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 운남의 ‘건당고성(建塘古城)’이 샹그릴라라고 말한다. 그럴싸하다. 고성의 크고 작은 거리에 들어서면 석판이 깔린 길이 울퉁불퉁, 흔들흔들 빠진 노인의 이빨처럼 오고간 세월의 흔적이 충만하고 만고의 시간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뒤를 돌아보면 병풍처럼 큰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머나먼 산 정상에는 백설이 희디희다. 겨울이 되면 샹꺼리라(香格里拉) 성읍 사방의 산이 설산으로 변한다. 설산 이외에 샹꺼리라를 감싸 도는 금사(金沙) 강(江)도 있다. 샹꺼리라는 “설산이 성곽이요 금사 강이 연못이다”고 샹꺼리라 사람들은 말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탐구는 예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공허하다 싶은 서양의 천당이나 천국, 에덴동산이나 중국의 도화원, 옥궐천궁 모두 인류가 자신들을 위해 창조한 환상이다. 아름답고 원만하다는 공통성 이외에 하나같이 신비하고 요원하다. 허실이 뒤섞여 확인할 수 없는 그런. 이는 종교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숨겨져 있어 일반인들은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것이 그림이라면 개인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집단이 창작한 것이리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희망과 이해로 커다란 도화지에 나름대로 새로이 소묘했으리라.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서서히 풍부해지고 충실해진 것이겠고. 그 모호한 천국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모든 희망을 담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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